“어디 다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친구의 말에 주변 친구들이 보인 반응이다.

“왜 그런 애랑 만나?” 남자친구가 지방 전문대에 다닌다는 대답에 다시 날아온 질문이다.

남자의 학벌에 비해 내 친구가 아깝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남자친구가 어느 학교에 다니냐일 뿐 그 외에 성격 등의 다른 좋은 점들은 보이지도 않는 듯 했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여자가 국모로서의 자격이 있냐’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는 앞 뒤 말이 삭제된 편파보도였다는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그 진위여부를 떠나, 이런 말 자체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학벌이 낮은 쪽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어떠한 위치에 있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왈가왈부 하는 발언은 학벌이라는 잣대를 놓고 사람을 평가한다는 면에서 서로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이 학벌에 집착하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나 학벌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요즘에도 ‘학벌계급’이 존재하고, 또 그것이 사회계급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나와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할 이성친구나 배우자의 경우 그에 맞게 학벌도 동등해야 하고, 나의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내 동료도 나와 비슷한 학벌을 갖고 있어야 균형이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런 암묵적 규약이 깨졌을 경우, 남녀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남자, 혹은 여자 쪽이 너무 기운다고 수군댄다.

또 내 옆의 사람은 나에게 있어 내 체면까지 깎아내리는, 없었으면 더 좋았을 그런 존재가 돼버린다.

내 주변인이 나와 동등한 혹은 비슷한 학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동시에 나보다 높은 학벌을 가졌다면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내가 만든 학벌 체계 안에 나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나 자신에게도 발전의 기회는 없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