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로 향하는 길은 흡사 어느 지방의 한적한 일차선 도로를 걷는 느낌이다.

주위엔 나무가 푸르러가고 들풀이 자라 봄이 왔음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그 길 끝, 학교와 외부가 이어지는 경계에는 이화의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

이미 가을을 장식할 국화의 싹을 틔우고 있는 우리 학교 조경 총괄자 강일구씨를 만났다.

­학교에서 식물을 직접 재배하는지 몰랐다.

언제부터 우리 학교에서 이 일을 했는가? =창경원 식물원에서 열대식물을 재배하는 법을 배우다가 국화 전시회로 유명한 덕수궁에서 국화 재배와 조경을 담당했다.

74년에 이대에 오게 된 후부터는 지금까지 계속 교내 조경 관리를 해왔다.

현재 9명 정도가 학교 전체 조경을 맡아 나무 손질부터 제설 작업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학교 안의 수목관리나 이식, 병충해 예방은 물론 포관·학생문화관 등의 실내 화단도 관리한다.

또 학교 행사에서 장식용으로 쓰는 꽃이나 교내에 배치하는 꽃은 다 온실에서 자체 생산한다.

이제 가을에 심을 국화를 키우고 있는데 봄이 되면 팬지를 시작으로 페츄니아·백일홍·사루비아·국화 등을 차례로 바꿔가며 교내에 심는다.

학교 곳곳의 벤치와 테이블도 공사하면서 잘라내는 통나무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다.

벤치에 등받이가 없어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자연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있는 것을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예산도 아낄 겸 낙엽까지 모두 모아 비료로 쓰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낼 수 있어야 가장 좋은 것이니까. ­학교 안의 조경을 가꾸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학교가 오래돼 나무가 우거진데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니 만큼 자연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쓴다.

겨울에도 썰렁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철에 맞는 식물을 골고루 심어줘야 하고 큰 나무에 가려 죽기 쉬운 식물은 음지식물로 바꿔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번성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자신의 바람이 있다면? =요즘은 말로만 자연보호라고 하지 자연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다.

학교 행사 때는 꽃을 사용하고 나서 관리하지 않아 거의 죽게 되서야 온실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다.

약학과와 생물학과 학생들이 실습차 온실을 찾곤 하지만 식물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혹시 식물 재배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으면 온실에 찾아와주면 좋겠다.

나야 언제나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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