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말들 속에서 혼미함마저 느끼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깨어있는 대학생들이 탄핵 정국을 논하기 위해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토론회에는 참석했으나 토론이 끝나 후 한 일간지 기자가 건네는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새로운 기사 꺼리 좀 있을까 해서 취재 왔는데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네요”라는 그 기자의 말인 즉 이미 언론에 도배하다시피 한 ‘칼럼리스트 모씨 표 논리’와 ‘모 교수 표 논리’ 만이 난무해 ‘대학생 토론회’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우리의 강의실에서, 논쟁이 붙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켜보고 있자면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것인지 그에 대한 기성 지식인들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주장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내 논리’는 없고 ‘내가 지지하는 자들의 논리’만이 오갈 뿐이다.

혹시 남에게서 주워들은 정보를 내 논리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똑같이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것일지라도 ‘정보’와 ‘나만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나의 논리라 함은 여러 가지 정보를 나의 가치관에 근거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내가 걸러낸 정보를 독창적인 발상으로 전환해 새로운 논리로 만들 수 있다면 이는 곧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물론 나만의 논리를 갖기 위해서는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다만 꿀벌이 꿀 원액과 자신의 침을 섞어 독성 물질을 걸러내 달콤한 꿀을 만들 듯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나의 뇌로 거르고, 나만의 생각으로 소화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고 있는 말들이 단지 이 꽃 저 꽃에서 모아놓은 시큼텁털한 액체는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정보와 내 머리 속에서 나오는 논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꿀을 만들지 못하는 무능력한 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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