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설가로 유명한 전여옥씨가 출연한 토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토론에서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방송이 나가기 무섭게 인터넷에는 그의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러나 그 비난은 전여옥씨를 향한 것이 아닌 이대생을 향한 것이었다.

“이대생은 나라 말아 먹는 나쁜 년들”이라는 식의 글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웠고 한 네티즌은 “이대생이 다 그렇지. 전여옥처럼 이대생들도 모두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겠네”라고 했다.

그 네티즌의 말대로 라면 ‘전여옥씨는 탄핵에 찬성함 → 전여옥씨는 이대생임 → 이대생은 모두 탄핵에 찬성함’이라는 논리가 전개됐고 결국 난 이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라 말아 먹는 나쁜 년’이 돼 있었다.

네티즌들이 전여옥씨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어 비판하는 것은 그들 자유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는 논리적 ‘비판’이 아닌 이대생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만이 난무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논리적으로 아무 상관 없는 근거를 갖다 붙이며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 이기주의와 지역 간 파벌 조성으로 온 나라를 술렁이게 한 현 정치 상황은 ‘싸잡아 비난하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 뇌물을 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떠들어댄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다 그렇지”라는 편견으로 중무장한 채. 그 지역 출신의 다른 의원들은 뇌물 수수 혐의가 없음에도 단지 출신 때문에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런 ‘싸잡아 비난하기’는 특정 집단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조장한다.

그 편견은 더 큰 편견을 낳고 결국 그 집단 자체에 대한 불신감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타당한 근거가 덧붙여진 비판은 수용할 수 있지만 특정 집단을 싸잡아 매도하는 감정적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군가를 비판할 땐 무작정 감정적으로 덤비기 이전에 최소한의 이성과 논리를 갖춰야 한다.

이대생을 싸잡아 욕하던 그 역시 그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도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기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