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상황과 모순되는 학자의 이론은 자칫 공허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정치는 공기와 같다’는 한 정치학자의 말을 듣고 자조 섞인 비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던 것처럼. 정치가 정말 공기와 같다면 정치는 손 뻗으면 닿을 듯 우리의 일상과 가까워야 하고 우리는 정치로 인해 숨통이 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어떠한가. 얼마 전 4·15 총선과 관련해 각 정당 대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개혁 정당’ 이미지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정당 대표를 만나기까지 우리는 거듭된 퇴짜와 기다림을 반복해야만 했다.

어렵사리 마련한 인터뷰 자리에서도 10분 안에 끝내라는 대변인의 압박에 1분 1초를 아까워하며 인터뷰를 끝냈다.

정치는 정말 공기와 같아서 가까이 호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왜 한 정치인을 만나기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낮은 자세를 취해야만 했던 것일까. 국민주권이 헌법에 명시된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이 결코 국민의 한 사람인 대학생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의 궁극적인 최고 권력은 국민에게 있지 금배지를 단 그들에게 있을 수 없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정치인들이 국민의 머리 위에 도도히 앉아 있기만 한다면 국민의 숨통을 트여주는 정치가 가능하기나 할까? 평소 국민보기를 ‘돌’같이 하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 통을 돌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치인들. 그들에게 진정으로 국민의 고충을 어루만지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갖춰져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드러나듯 국회의사당에 국민의 의사와 국민의 문제가 존재하기는 하는지. 인터뷰 내내 그 정당 대표가 강조한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부딪치고 있는 문제를 어루만지는 민생정치를 펼치겠다”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정치는 공기와 같다’는 학자의 말을 반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진실로 국민의 숨을 틔워주는 산소 같은 존재가 돼야 함이 맞다.

국민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현실의 문제 속에서 짓눌린 국민들이 숨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러나 산소는 커녕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져 그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힘겨루기에 지나지 않는, 노폐물이 쌓이고 쌓인 매연에 불과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할 따름이다.

한 나라의 정치가 더 이상 국민의 숨을 조이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의 입신양명과 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길 원한다.

설사 국민들이 썩은 정치의 냄새에 코를 들이 막고 등을 돌리고 있다해도, 이제는 정치인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국민의 문제를 돌아보기를 꿈꿔 본다.

정치가 정말 공기 속 산소와 같아서 국민이 편안히 긴 호흡 한 번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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