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한 교양수업 강의를 듣던 중 교수가 “지식도 없는 여러분한테 강의평가 받는 것 자체가 나는 매우 불쾌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순간 교실은 조용해졌고 학생들은 지식이 없어 강의나 조용히 들고 있어야 하는 ‘바보’가 돼버렸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했다가는 거만하고 예의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쉽상이다.

그나마 대학사회에서는 학생들이 매 학기 강의평가를 할 수 있어 교수와 학생이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 교수가 내뱉은 말을 곱씹어 보니 우리는 지식이 없기 때문에 교수를 평가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고 교수에게 강의평가는 무식한 학생들에게 평가받는 치욕스러운 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평가’라는 것은 상하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발전적인 관계와 작업을 위해 좋은 점은 칭찬해주고 나쁜 점은 비판해주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칭찬받기에만 익숙해져 있고 비판받는 것은 매우 수치스럽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만 받아들인다.

더구나 유교사상이 깊게 뿌리박힌 우리 사회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버릇없는 ‘애송이’로 각인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가 되버리며 이러한 과정은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의 완전한 의사소통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이를 극복한답시고 윗사람의 권위적 자세를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안에 잠재돼 있는 권위적 요소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 나조차도 7살 어린 동생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의 주장에 대해 비판을 하자 경청하려는 자세보다는 ‘어린주제에 내 말을 평가하다니’라는 생각에 불쾌해졌다.

누군가의 비판이 충고가 아니라 수치로 먼저 다가온다면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비판적 자세는 나이·계층·지식을 넘어서서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우리 또한 윗세대의 보수적 자세를 답습하는 것밖에는 될 수 없을 것이며 우리 사회에 발전적 관계 형성이란 머나먼 이야기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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