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년!’이는 욕설이 아니라 학보사 친구들끼리 하는 농담이다.

학보사에 방학을 포함한 2년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상황을 풍자하는 해학적 한마디 ‘내 2년!’ 그러나 총 24개월의 임기 중 4개월을 남겨놓은 지금, 잃어버린 2년이라며 후회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동안 학보사라는 공간에서 ‘조직의 골치아픈 문제들’을 미리 맛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행운아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거쳐온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뭔가 열심히 하면 그 성과(학업성적, 경시대회)가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왔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접하는 팀플레이(팀플)·동아리·학보사 활동 등과 같은 공동작업에서는 그 성과도 뭉뚱그려 공동으로 부여받기에 일을 하는 사람만 하게 되고 그 유명한 무임승차자(팀플시 일을 하지 않고 이름만 올려 성과를 챙겨가는 사람)도 생겨난다.

지난 2년간의 대학생활 속에서 학보사 뿐 아니라 학교 동아리, 외부 밴드 등 다양한 조직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성원들과의 친밀감을 다지고 성취감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조직에 대한 회의감도 밀려왔다.

조직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조직 속의 불청객 때문이었다.

조직 속에는 크게 4가지 인물상이 존재한다.

자기가 알아서 일하는 사람과 시켜야 일하는 사람, 시켜도 일 안하는 사람과 그의 일까지 떠맡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상이 모인 집단에서는 일의 배분을 공평하게 하기 어렵다.

‘내가 안해도 누가 대신 해 주겠지’,‘나 하나쯤 빠져도 되겠지’하는 생각들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떨어뜨린다.

오늘 같은 경우도 다른 조직의 담당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맡겼으나 그 쪽에서 분실해버리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이렇게 책임감 없이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 역시 조직 속의 불청객이 아닐까. 결국 그 실수에 대한 책임은 실수한 사람 뿐만 아니라 연계된 모두가 지게 된다.

함께 일하는 경우 시간 약속 역시 중요한 문제다.

처음에 나는 한 번 약속한 것은 만사를 제치고 달려나가 약속시간 정시 또는 그 전에 도착하는 것을 뿌듯하게 여겼다.

그러나 점점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도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괜히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한 경우 아침 일찍 나와서 친구들을 삼사십분씩 기다리면서 ‘내가 뭐하러 아침에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뛰쳐나왔을까’하며 자문하기도 했다.

이젠 약속시간에 늦어야 정상이란 생각도 들고 조금씩 늦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

나도 어느새 조직의 불청객이 됐단 말인가? 나 뿐 아니라 대부분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동시에 찔리기도 할거다.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조직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조직들이 난무하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근본적 문제기도 하다.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 지금 우리부터라도, 이번 학기 팀플에서부터라도 조직 속의 불청객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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