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학교 내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가뜩이나 장애인이 다니기 힘든 가파른 지형인 이화에 이러한 시설이 갖춰지는 것은 이유불문하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 12월에 있을 ‘대학장애인 교육 복지 평가’에 대비, 급조된 인상이 짙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시설이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 표시, 장애인 주차 구역 표시 등 저비용, 혹은 당장 눈에 보이는 사안에 국한된 점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이화는 장애학생에게 불친절하다.

우리가 수업을 듣는 교실에는 휠체어 장애학생을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럴 경우 책상없이 휠체어에 앉아 수업을 듣거나, 주위 사람에게 자신을 의자로 옮겨 달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청각 장애학생을 위한 대필제도도 제대로 확충돼 있지 않아, 장애학생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학생이 들어오기 위한 문턱도 높다.

우리 학교는 장애학생을 뽑는 장애학생특별전형이 타대에 비해 까다로워 장애학생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

장애학생이 일반인과 같은 노력으로 수업을 듣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이러한 점을 간과한 채 똑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학생들 사이에선 같은 점수라면 차라리 타대에 진학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현재 이화에는 총 8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시각·청각 장애 등의 경증 장애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장애학생을 위해 모든 건물에 설비를 갖추는 것에는 재정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화에 입학한 장애학생이 입학후 자퇴 혹은 편입을 통해 다른 학교로 가는 것이 심심치 않음을 볼 때 이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학교측의 불충분한 배려, 시설 미확충 등의 문제가 결국 장애학생을 이화에서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수업을 들을 권리는 있고, 이는 장애학생도 다르지 않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없는 대학의 모습은 대학이 가르치는, 공동체 의식 함양과 거리가 멀다.

모두가 다니고 싶은 대학이 돼야 진정한 대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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