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은 선거기간이 아니었다.

갈기갈기 찢기거나 덕지덕지 붙은 자보들 덕에 선본의 공약은 보일 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자치단위의 ‘총학 선본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자보 논쟁은 소통이 없던 이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자보의 성격이 특정 선본에 대한 낙선운동이라는 문제제기가 시작되자 그 여부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선거기간이 끝나도록 그칠 줄 몰랐다.

소통은 오고 가야 이뤄지는 법인데 지난 1주일 동안에는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이 없었다.

한 선본의 공약에 문제를 제기한 몇몇 자보는 없어져 버렸고 화가 난 한 자보 주인은 심지어 ‘고소하겠다’고 적고 나섰다.

자보가 고소를 하고 자보가 고소를 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꼴이다.

이 헤프닝의 중심에 있던 어떤 이는 이화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활발한 선거판 한번 벌여보자는 작은 바람에서 자보를 썼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화인들은 철저히 자보의 설전만을 즐겼던 것인지 올해도 총학 선거 투표율은 50%도 넘지 못해 연장투표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처럼 소통 없는 이화에서 어느 선본이 당선되든 이들이 원하는 ‘이화인과의 소통’은 언제나처럼 실패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다.

투표율 50% 상황에서 선출된 총학은 어디까지나 반쪽짜리 총학에 불과하다.

해마다 소통에 실패하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반쪽짜리 총학이 맞아야할 당연한 시나리오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총학이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이 자보들과 대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더구나 이 자보들은 서로 헐뜯느라 바쁘고 이화인들은 이 자보들을 읽고 돌아설 뿐 소통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

유일한 이화인들의 소통 창구였던 자보가 제 기능을 못하는 이 상황에서 이화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새로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총학 선거에 출마한 모든 선본이 그러했듯이 이화인과의 소통을 원하는 한 선본이 이제 총학으로 당선됐다.

이들은 이화인의 목소리와 그 힘을 필요로 한다.

이번에 당선된 선본의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단지 야무진 꿈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 꿈이 이뤄진다면 내년 총학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과반수를 넘지못해 전전긍긍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