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과 3학년 전공 수업 ‘한국현대소설론’에 도전장을 낸 의대생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어림없지만 ‘해야할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 겁이 없다는 김아리(의예·2)씨. 꿈많은 그의 모습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을 닮은 듯 하다.

­의대 수업이 힘들텐데 국문과 3학년 전공 수업을 듣는 이유는. =의대는 예과 1∼2학년을 마치고 본과로 올라가면 의대 수업외 다른 수업을 들을 시간이 없다.

예과 2학년이라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학기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좋아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국현대소설론을 선택했다.

이 수업을 가르치시는 김미현 교수님은 ‘학점 포기하려거든 들어라’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면 굳이 낮게 주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다른 예과 친구들 중에 다른 과 전공 수업을 듣는 이화인이 또 있는가. =친구 중 한명은 체대 농구 수업을 듣는다.

의대생들은 레지던트까지 11년동안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예과 1·2학년은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은 ‘아동기’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문과 수업을 들어보니 문과 학생들은 같은 2학년이라도 사회생활에 벌써 한 발 내디딘 듯 하다.

예과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할 때 문과생들은 ‘해야할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의대 수업과 국문과 수업의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예과 수업은 고등학교 수업처럼 오전9시∼오후6시 시간표가 짜여있고, 한 교실에 앉아있으면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80명이 같이 수업을 듣다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지만 수업은 외울 것들이 많아 주입식이다.

반면 국문과 수업은 좀 더 인간적이고 수업방식도 훨씬 부드럽다.

­다른 수업 방식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중간고사 시험 문제가 딱 3줄로 주제, 인물에 대해 논하라고 나왔다.

의대 시험은 1번, 2번 이렇게 번호를 붙여 간단명료하게 답을 쓰고 중요한 부분은 밑줄까지 쳐서 제출한다.

국문과 시험을 의대 시험처럼 1·2·3 이렇게 번호를 붙여 쓰고 보니 딱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논술을 하고 있었다.

결국 새로 답지를 받아 노트에서 외웠던 것들로 겨우 시험을 치룬 기억이 난다.

­자신에게 국문과 수업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요즘 의학계에서는 죽음 역시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데 문학 속의 죽음은 바르게 죽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

또 프로이드 이론을 배우더라도 의대 정신과 수업에서는 학술적 측면을 더 배우게 되는데 국문과 수업은 이론과 인생을 연결시켜 다룬다.

이는 나를 무미건조하지 않은, 사람냄새 나는 의사로 남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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