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낮은 데서’ 서민민심잡기가 한창이다.

이후보는 5월10일(금) 한나라당 대선후보수락식에서 “국민을 하늘같이 떠받들고 국민을 위해 뛰라는 명령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라며 큰 절을 올렸다.

이날 대회에는 실직자 가족·소녀가장·환경미화원 등 39명의 서민과 소외계층이 국민대표로 초대됐고 대회가 끝난 뒤에 이후보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손수 밀며 퇴장했다.

그밖에도 시장을 방문해 정작 시민들도 씻어먹는 오이를 그냥 먹었다는 소식이나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거리를 쓸었다는 소식 등은 그가 ‘귀족 이미지’를 벗기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성과가 있었는지 최근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서민계층의 지지율이 노무현 후보보다 10∼18%정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8일(화) 전해진 뉴스에서 이후보의 행동들이 단지 ‘서민 이미지’를 심기 위한 ‘연출’일지도 모른다는 낌새가 보인다.

이후보가 소속돼 있는 한나라당의 경북도지부가 6.13 지방선거에서 주어지는 4석의 비례대표 중 한 자리에 장애인·노동계·당직자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당직자를 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당의 대표가 후보수락식에서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동안 도지부는 장애인 대신 당직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어이없는 양면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자신이 서민임을 강조하는 이후보가 손녀를 ‘원정출산’했다는 의혹으로 겉보기에만 서민이고 사실은 귀족이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이후보의 가족들은 얼마전까지 ‘비록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114평짜리 호화빌라에서 생활하다가 말이 많아지자 부랴부랴 이삿짐을 꾸리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옥탑방 사건’은 그의 ‘서민인 척(?)하기’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결국 그가 보여준 서민적인 모습들은 대선후보수락식의 휠체어처럼 연극을 완성하기 위한 소도구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들은 서민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을 세워줄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 눈 앞의 표밭 일구기에 바빠 ‘서민’ 겉모습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화빌라에서 생활하며 ‘원정출산’을 떠나는 것이 서민들의 생활이라면 지금 자신이 ‘서민’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빈민’으로 계층을 하향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