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를 앞둔 제9대정의숙총장에게 듣는다

이대생은 활기찰 뿐 사치스럽진 않아 ▲혼란스런 사회상에 따라 학생들이 나름대로의 소신을 펴다가 제적되거나 또는 구속되는 사태가 선생님의 재임시에는 꽤 발생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선생님의 심경은 어떠하셨는지요? △70년대에는 30년대보다 더 많은 구속학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복교하여 졸업을 하였습니다만, 아마 총장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때가 학생들이 그런 고생을 겪게되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작게는 우리학교의 학생이고 크게는 결국 기성세대의 정치문화의 그릇됨에 희생됐다고 볼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간혹 구속이 되는 학생들이 생기면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신경이 온통 쓰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이화안의 학생이나 선생님들 중 누군가가 그런 고통을 당하는 것은 총장에게는 가장 괴로운일 아니겠습니까? 자연히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애를 많이 쓰게 되지요. ▲항간에는 이대생은 매우 사치하고 공부보다는 다른면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는 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옛날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일제시대때 모두 똑같이 무명치마 무명저고리를 입던 시절에도 이대생은 사치한다는 말이 떠돌았답니다.

여기서도 알수있듯 세간의 그러한 비난은 이화인이 누구보다도 먼저 여성의 압박받는 삶에서 벗어나 자기발전의 길을 개척한 것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라 생각합니다.

실레로 어떤 학자분이 얼마전 연세대와 이화대학에 들어가고 있는 여대생의 신발을 서로 비교 분석해 본적이 있는데 연세대 여학생들이 이대생들보다 훨씬더 고급스럽고 불편한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젊음이란 아름다운 것이고 그것은 곧 생기발랄함을 뜻하지요.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얌전함이 아니라 떳떳하게 가슴을 펴고 살고 있는 우리학생들만의 자부심과 힘찬 생활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이화인들에게는 숨겨진 소박함이 있어요. 그것이 빛을 발할때는 참 아름답지요.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전 참으로 열심히 자기 생을 개척해나가며 배우고 탐구하는 수많은 이화의 학생들을 진정으로 자랑스레 생각합니다.

자기만을 위한 인생은 가치 없는 삶 ▲이제 총장직을 사퇴하신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물론 다시 교수로서 학생들과 함께 해야지요. 총장이 아닌 교수라 하여 더 일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껏 총장이라는 이름을 달고있지 않으면서도 학교를 위해 애쓰셨던 그전분들이 존재하기 힘들었지 않겠습니까? 누구를 불문하고 이화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이화를 위해 하나의 질그릇이 되어발벗고 나서고 또 쓰여져야 합니다.

내인생의 거의 모두는 이화와 함께한 날들이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이라 생각됩니다.

▲벌써 얘기를 시작한지 무척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젊지만 언젠가를 나이를 먹고 늙게 되지요.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이화를 통해 맺은 인연을 평생을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이화의 정신은 자유, 정의, 평화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삶 하나하나가 바로 그정신의 구현이어야 하지요. 그 정신은 우리네게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과 민족을 위해 살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보탬이 되기위해서 먼저 자기자신을 성실함과 패기를 통해 단련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화의 역사와 전통을 현실에서 구현해 나가는 길이며 그것만이 이화가 여자대학으로 남는 존재가치 아니겠습니까. 인간으로서의 주체의식을 가지고 이시대가 원하는 큰사람으로 발돋움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저의 영원한 소망인 것입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