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대학 가면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일기장이나 연습장에 끄적거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대학 가면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으며 꿈에 부풀곤 했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대학생활에 대한 다짐. 며칠 전 한 강의시간에 가졌던 이야기 시간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열정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줬다.

스무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둘러앉아 시작한 ‘나와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이름도 잘 모르는 우리들은 처음에는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려하지 않았지만 한 명씩 이야기를 풀어내자 이내 가슴 속 이야기들을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매일 똑같이 수업 듣고 친구들과 똑같은 화제의 이야기를 하고 똑같은 과제를 하며 산다는 일상의 지루함부터 그동안 학교 밖을 빙빙 돌다가 3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도서관을 가봤다는 이야기, 4학년인데 그동안 못해본 게 너무 많다는 아쉬움, 그동안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만 하고 살았다는 후회까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은 ‘열정’이라는 단어였다.

자신의 열정을 쏟을 곳을 찾아 거기에 푹 빠져 사는 아이도 있었지만 많은 아이들이 어딘가에 열정을 쏟고 싶지만, 그 ‘어딘가’를 찾지 못하고 지루한 일상을 힘들어 하고 있었다.

또 열정을 쏟고 싶은 무언가를 찾았어도 학점과 취업이라는 단단한 벽때문에 그 열정을 접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보였다.

우리는 현실의 벽에 갇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벽이라고 느낄 때, 손을 잡고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의 용기를 단지 부러워할 뿐이었다.

다시 그 첫마음으로 돌아가보자. 고등학교 때 꿈꿨던 장밋빛 대학생활의 모습은 당연한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그것을 향해 도전하고자 했던 뜨거운 가슴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설사 학점과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지라도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느꼈을 때 그 사회현실에 맞서 바꿔보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은 이젠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일까. 고등학교 때 꿈꿔왔던 대학생으로서의 우리의 모습은 꿈꾸던 것과 얼마나 비슷하며 또 다른가. 처음 대학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우리가 품었던 희망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가. 혹시 기억 저편에서 먼지가 쌓인 채로 잊혀져가고 있다면 다시, 열정과 용기로 일상의 지루한 먼지를 털어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