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두 여대생이 경찰에 ‘긴급’ 검거됐다.

지난 7일(화) 성공회대 총학생회 전지윤 정책국장이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는가 하면 11일(토)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받고 있던 경북대 사범대 김정희 전 학생회장이 교생실습을 하러 나왔다가 교문 앞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전지윤양은 인터넷과 잡지에 ‘부시방한 반대’·‘국가보안법 철폐’·‘병역비리 폭로’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연행됐다.

국가보안법 감시의 눈초리가 인터넷에까지 확장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친 죄(?)로 범죄자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고, 누군 위반이 되지 않는 현실은 우리 모두를 벙어리로 만들지도 모른다.

또 김정희양은 99년 경북대 사범대 학생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에 소속돼 ‘자동적’으로 수배리스트에 올랐다.

덕분에 그는 4년동안 교내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줄곧 경찰의 눈을 피해 다녀야 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집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을 국가보안법이란 덫을 씌워 나라에 존폐에 위협을 가한다고 하니 우리는 또 한 번 벙어리가 된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학생회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잡혀갈 수 있는 국가보안법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무줄’이다.

술김에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 ‘빨갱이’로 몰려 끌려갔던 7·80년대 ‘막걸리보안법’의 전통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기준은 21세기에도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다.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 또한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경찰은 자정이 다된 시각에 신대방삼거리 전철역에서 전지윤양을 연행하고 교생실습 나온 학교 교문 앞에서 김정희양을 바로 검거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정작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비리 의혹 수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색깔’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열의를 보이는 걸 보면 경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색깔’임에 틀림없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꾀한다는 명목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시민들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규제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법이 시민의 방패막이 되주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쯤에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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