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6일(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식 출범했다.

인권위의 출범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와 성별·종교·장애·나이 등에 의한 차별을 국가가 앞장서서 시정하고 구제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출범을 바라보는 사회각계의 시선에는 비판과 우려가 환영과 기대를 압도하고 있다.

인권위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는 사무국도 구성하지 못한 채 인권위원 11명과 인권위 설립준비기획단 직원 27명만으로 발족한 파행 출범에 모아지고 있다.

파행 출범의 이유로는 표면적으로 인권위의 조직규모와 채용 시 특례규정을 둘러싼 관련부처간 의견 대립이 지목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권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차이가 파행의 이유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곧 인권 및 평등권 침해사건의 진정접수 및 조사를 기본 기능으로 하고 인권 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와 공직자에 대한 인권교육 기능을 추가해야한다는 인권위의 입장과, 기본 기능만 인권위가 담당하고 공직자 교육 등은 기존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도록 하자는 행자부 의견 사이에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파행 출범은 정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인권위의 기능적 중요성과 정부조직 전체의 균형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상호조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나아가 인권운동사랑방 등 국내 인권단체들이 인권위 구성과정에 항의하며 등을 돌린 점 또한 인권위로서는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인권위 출범 직후 다양한 인권침해 및 차별을 진정하는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참히 짓밟혀온 인권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주는 지표라 생각된다.

여기서 인권위의 파행 운영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는 우리 자신의 ‘인권의식 수준’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남의 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나, 수단과 절차의 정당성에 의지하기보다 관행과 편법을 앞세워 권리를 찾는 이기적 풍토 등은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할 일이다.

인권위로서는 앞으로 과욕을 줄이고 핵심적 과제에 활동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존재 의의를 확고히 해야할 것이며, 인권 선진국에 이르기 위한 노력은 인권위의 활동을 뛰어넘어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적 인권의식 고양을 향해 부단히 전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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