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수업에 들어가면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띈다 취업시즌이라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들을 위한 학교측의 배려이다.

그러나 빈자리보다 내가 더 신경쓰이는 것은 그녀들의 모습과 표정이다 정장을 차려입고, 조금은 경직된 듯한 표정의 지난주와는 달리 오늘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그 표정조차 읽기 힘들다.

100명 모집에 1만 5천여명 지원, 80명 모집에 1만 천여명 지원. 바겐세일에 몰린 인파가 아니다.

바로 모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이다.

어느 기업이 취업률이 높은가를 경쟁하듯 취업경쟁을 보도하는 우울한 기사들을 나는 일간지가 아닌 강의실 속에서 읽을 수가 있다.

이러한 초조감은 비단 4학년 뿐만은 아니리라. 3학년인 내가 친구들과의 잡담속에서도 빠지지 않는, 아니 전부가 되어버린 것이 취업 이야기니 말이다.

'휴학을 하고 싶은데...' '안돼, 이유없이 휴학하면 회사에서 안 좋아 한대' '집안이 좀 어려웠다고 하지 뭐' '안돼, 집안이 어려운 것도 회사가 싫어한대' 모든 대화가 취업이란 구도 속에 갇혀 있다.

이 상황이니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까지 고3병도 걸리지 않았던 내가 요즈음은 대3병에 걸릴 정도이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하나 둘식 휴학을 한다.

어디 이뿐일까? 전공 하나로는 취업이 안된다고 취업을 위한 전공을 이수하느라 바쁘고, 나이제한이란 조건때문에 휴학 한 학기도 눈치가 보인다.

게다가 학부 졸업으로도 모자라 대학원으로 향하게 되니...그러나 기업 눈치만 보면서 쌓아 올린 이러한 자격조건들도 요즈음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듯하다.

외모라는 또 다른 가평가에 주저 앉게 되고 올해와 같이 기업, 금융 구조조정이 있는 대를 잘못 만나게 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은 사회와 국가에 대한 원망을 한다.

당장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채 사짐을 안타가워할뿐이다.

당장에 떨어진 발등의 불조차 꺼지지 않은 현실속에서 우리가 취업 때문에 잃어야만 했던 4년간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겨를 조차 없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과 기업이 무분별하게 내세우는 자격조건들 속에서 우리는 언제쯤 이 캠퍼스의 진정한 주체로 설 수 있을까? 기업이 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하나 그에 맞는 조건들을 퍼즐처럼 맞춰가고 있는 우리들, 취업이라는 굴레에 갇혀 꼭두각시와 같이 행동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랄뿐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