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가마니 무게의 백을 맨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그녀. 국내여성 전문 캐디 1호 유미란씨(사체.96년 졸) 현재 프로골퍼 이종임씨의 캐디인 그녀는 국내 여성 전문 캐디 1호라 불리고 있다.

보통 캐디들의 경우 경기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전문' 캐디는 필드에서의 백을 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도움을 줘 선수를 철저히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27세 젊은 나이의 그녀가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만큼 우리 나라에서 전문 캐디라는 분야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4년전 윌 학교 1년 선배인 프로골퍼 이종임 선배가 슬럼프로 힘들어 했을 때, 그녀가 옆에서 힘이 돼준 일이 우연히 계기가 되서라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종임 선수와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골프의 '골'자도 몰라서 실수도 많이 했죠"라는 그녀지만 이제는 캐디로서 뿐만 아니라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일반 캐디들과는 달리 이종임 선수와 생활까지도 함게 하며 일적인 면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관리를 해주고 있어 친자매처럼 지낸다.

여성끼리는 일적인 면에서 서로 도움을 주기 힘들고 일로 맺어진 우정은 쉽게 허물어 진다는 편견을 과감히 깼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선수가 초조해 보일 때 그녀는 "그냥 툭 쳐, 볼만 보고 다섯만 세. 천천히 가자고"라며 담담하게 대처한다.

또 선수가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을 낼 때는 농구 선수나 골프 선수나 모두들 왜 공 하나를 구멍에 넣지 못해 그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로 이 선수를 끝내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수는 양지, 캐디는 음지라고 표현될 정도로 철저히 선수의 플레이에 활동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독립적인 직업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가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은 '우리'의 성과라 여겨요 선수와 캐디가 함께 한 훈련의 결과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는 그녀는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선수만큼 기쁘고 잘 되지 않을 때는 또 선수만큼 속상하단다.

단순히 선수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하나되어 경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선수를 관리하고 홍보하는 일을 할 계획이다.

매니지먼트는 한 사람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 보완하고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매력이라고 한다.

많은 후배들이 어떤 직업적인 편견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유미란씨, 국내 여성 캐디1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책임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그녀, 최초에서 초고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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