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금) 늦은 저녁, 인궈영화제 개막작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볼리비아 일기’가 상영 중인 꽤 쌀쌀한 이화광장, 마감이 임박해 발걸음을 재촉하다 에라 모르겠다 이화광장(이광)에 엉덩이를 붙여버렸다.

군중심리가 이런 건가. 매력적인 ‘체’도 보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이광에서 이대오르기까지 꽉꽉 메운 사람들을 보니 그 열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했다.

친구끼리, 꼭 붙어앉은 연인끼리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진지하게 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인권’영화제에 대한 사람들의 대단한 호응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이 열기가 그저 체를 만나는데서 그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5회째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번에도 똑같은 마음이다.

사람들의 맘 속에 너와 내가 사람답게 살 권리가 차별받는 현실을 알리고 싶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권이란 회두는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 걸까. 그저 내 이웃과 나의 정당한‘사람살이’를 고민하는 ‘인권 문제’를 너무 거창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99년 1학기 이대학보에는‘이것도 인권침해’란 고정란이 있었다.

일상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인권 침해 부분을 독자들의 체험당을 통해 풀어내는 투고 기사였다.

선배들은 독자들이 바로 자신에서부터 인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다들 의욕에 찼다.

당시 ‘주눅 든 소비자의 모습, 이제 그만’, ‘사람보다 차가 우선?’등이 연재됐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사유를 밝히던 선배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권문제를 자신의 일이 아닌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장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아니면 인권 문제는 장애인, 철거민, 위안부 할머니…그 분들만의 문제로 취급되는 현실. 아까의 그 쓸데없는 걱정이 점점 더 크게 목소리를 낸다.

결국 가난한 이를 위해 싸우던 체는 한 농민의 밀고로 죽음에 이른다.

죽으을 앞든 순간까지도 그가 바라는 것은 문명이 없던 곳에 학교를 만들고, 길을 닦아주는 이상적인 세상이다.

체를 사모하면서도 이런 그의 이상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이미 그의 이상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이미 그의 이상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이미 우리 주위에는 제2, 제3의 체가 게릴라 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그저 과거의 체를 동경하고만 있을 텐가. 영화가 끝났다.

저마다 갈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들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멍하게 앉았던 나도 학보사로 향했다.

기사 쓰느라 바쁠 학보사 식구들에게 나만 혼자 영화를 보고 온 미안함에‘체’의 영화 얘기도 해주고 인권 문제에 대해 얘기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 동안 학보가 이화인의 권리, 여성의 권리, 그리고 이 사회의 인권을 간과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사람들 목소리의 높낮이를 잘 구분하고 있었는지도 사람들은 말한다.

“체, 당신의 투쟁은 우리의 삶속에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사람들. 이 사회의 부조리를 고쳐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를 남의 일인냥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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