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오랜 세월 간직한 유물들로 세월의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오랜 세월 마음 속에 품어온 자신의 꿈으로 이제 진정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사람.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강우방 교수(미술사학 전공)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강우방 교수는 그동안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강의를 해오다 이번에 15년간 재직하던 관장직을 퇴임하면서 정식 초빙교수로 오게 됐다.

그를 박물관에 있게 한 것도, 우리 학교에 오게 한 것도 모두 미술사학이었다.

하지만 미술사학이 인생의 전부인 강우방 교수도 미술사학이라는 길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릴 적에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릴 많이 들었죠. 대학은 독문과를 다녔지만 미술을 좋아해 4년정도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그는 대학시절 그렸다며 이제는 자신의 에세이집 표지가 된 자화상을 보여준다.

여느 화가 못지 않은 솜씨이다.

하지만 그리던 그림도 이유없이 그만두게 되고 방황했다는 강우방 교수. 그러던 어느날 그는 인생의 열쇠를 찾았다.

“예술에 대한 열정만은 버릴 수 없더군요. 제 나이 35살에야 미술사학을 공부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우리나라 미술이 특히 눈에 들어왔었죠”그는 늦은 나이였지만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았을 때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자랑스럽게 웃는다.

처음 미술사학을 공부하려 했을 당시만 해도 학과도 제대로 설립돼 있지 않던 때라 주위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 지도 잘 몰랐단다.

그때 아내는 그가 사랑하는 일을 믿고 그것에 충실할 수 있게 도와준 가장 큰 후원자였다.

그렇게 미술사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 박물관 일이다.

“책상 속 이론들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정수만 모여 있는 박물관 안에서 유물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공부했던 것이 내게는 큰 매력 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42살 되던 해에, 그가 발표했던 논문에 주목한 하버드가 그를 초청해 ‘교수’가 아닌 ‘학생’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에겐 학위보다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단다.

“평생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미술사학이라는 분야를 찾았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죠. 어려울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믿었어요” 그는 개인의 특기를 살릴 수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은 많이 달라져야 한다며 교수로서의 포부도 놓치치 않는다.

“지금 내 수업을 듣고 있는 그 누군가가 미술사학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될런지도 모르죠” 얼마전 수업에서 자신이 직접 연구한 슬라이드를 보여줬더니 이화인들이 매우 흥미로워 하더라며 기뻐하는 강우방 교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 자체가 행복이었다는 그는 말한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것 아닙니까? 용기있게 꼭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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