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수업 들어봤어요?”기자에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한명숙 국회의원(불문·67년 졸)은 후배들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 흔한 그림액자 하나 없이 사무실 멱 곳곳에 붙어 있는 여성·환경·통일 단체 포스터들이 그녀의 관심사를 짐작케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 연합 대표를 역임하며 20여년간 시민운동에 몸담아 온 그녀는 뜻한 바가 있어 정치계의 새내기가 됐다.

대학 졸업 후‘크리스찬 아카데미’ㅇ에서 여성학 관련 강의를 듣고 우리나라 여성 현실의 열악함을 깨닫게 돼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한명숙 의원. 그 후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해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속적으로 여성운동을 해왔다.

많은 여성들을 만나며 여성 교육에 앞장서 온 그녀는 “내가 이대기숙사 사감일 당시 기숙사는 데모의 아지트였어요”라고 회상한다.

암울했던 70년대, 독재 정권 아래서 진보적인 노동·민주화 교육을 펼쳤던 종교 단체인 ‘크리스찬 아카데미’긴사로 활동하다 2년반 동안 투옥된 경험도 있다.

그 후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오다 작년 9월, 새천년민주당 전국구위원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자신이 가져왔던 신념을 이제는 ‘법’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막상 정계에 뛰어들고 보니 제약받는 것도 많고 책임도 커요. 자유로운 분위기의 시민단체활동때와는 정말 다르지요.”하지만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고 그에 비례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여자니까 여성문제에만 관심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어요”라며 “남성을 앞지를 수 있는 전문성과 창의력으로 승부해야죠”라고 힘줘 말한다.

그녀는 몸이 하나인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하는 일이 많다.

국회환경노동위원으로 얼마 후 있을 국정감사 준비부터 여성문제 연구, 남북위원회 특별위원에 이르기까지 하루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산전·산후 휴가 확대와 육아휴직제, 승진·배치할당제등 여성관련 법안들의 통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낙태 실태자료, 관련 법안등을 보여준다.

이렇듯 왕성하게 일하는 그녀 자신도 여성의 사회활동이 불리한 한국사회에 태어나 집안일과 사회생활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했단다.

“지금은 가사일을 남편과 아이들 각자 분담하고 있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많이 싸우고 투쟁했죠”라며 웃는다.

후배들에게 ‘파랑새처럼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이 되라’는 조언을 잊지않는 한명숙 의원.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운동판에 몸소 뛰어들어 투쟁했던 그녀라면 누구보다 여성, 소회계층의 아픔을 잘 대변하고 감싸안아 줄 수 있지 않을까. 발로 뛰며 실천적으로 의정활동을 펴는 그녀에게 교과서 속 참 정치인의 모습을 실현시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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