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옥길 총장 추모 10주기 예배가 열리는 교회 안, 김옥길 총장의 평전 '자유와 날개'의 저자 이세기씨(국문.61년 졸)를 만났다.

기자다운 날카로움보단 편안한 인상이 돋보이는 그녀는 경향신문, 서울 신문 기자, 대한매일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문예진흥원 편집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60세의 나이에 그만 펜을 놓을만도 하련만 그녀는 아직도 펜 끝에 힘을 싣고 놓을 줄 모른다.

그녀를 이야기할 때 빠질수 없는 것. 바로 '이세기의 인물탐구'다.

92년~98년 대한매일에 연재된 '이세기의 인물탐구'는 문화예술분야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의 삶과 그의 예술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한다면 사교적이거나 활발한 성격일 듯 싶은데 그녀는 스스로를 비사교적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기의 인물탐구'가 가능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그녀만의 독특한 취재방법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짜온 질문만 던지는 형식적인 인터뷰는 안했어요."대신 그녀는 술자리나 취미 생활을 함께 하며 또는 예술가들의 연습실, 작업실 등을 찾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인물탐구를 했단다.

"과장된 수식어 없이, 꾸미지 않는 모습을 담고 싶었거든요." 이세기씨는 문화부 기자 시절 쌓아 놓은 친분들이 많다.

괴짜라는 에술가들과의 인연이 '이세기의 인물탐구'를 가능하게 한 두번째 비결이 되다.

그녀는 인터뷰 한 번으로 만남을 끝내지 않고 계속적으로 자발적인 모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했다.

꽤 오래전부터 '좋은 인연을 쌓아가며' 미래를 준비했던 것이다.

"혹시 학보사에 김옥길 선생님 자료가 있으며 저희집으로 곡 붙여주세요, 아주 작은 거라도요." 자신이 한번 관심을 가진 인물에 대한 자료라면 이렇게 곰꼼히 챙기는 그녀. 시인 황동규씨의 춤솜씨, 소설가 박완서씨의 조용한 일상의 모습들은 긴 시간 세심하게 이루어진 그녀만의 독특한 취재로만 알아 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떤 기자하고도 인터뷰 하지 않기로 유명한 소설가 황순원씨도이런 그녀의 인물탐구 기사는 딸에게까지 자랑할 정도로 좋아하며 만족해 하셨단다.

이제 이세기씨는 조각가, 시인, 문학평론가 뿐만 아니라 무속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꼈던 삶의 철학들을 소설로 풀어내려고 한다.

뜬금없이 왠 소설인가 하겠지만, 6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두 시간 십분'이란 단편소설로 당선한 그녀는 바쁜 기자 생활 속에서도 소설가들과 친목을 다지는 자리엔 꾸준히 참석했을 만큼 소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녀의 소설도 역시 인물탐구와 마찬가지로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깔끔하다.

"다작도 베스트셀러도 관심없다"며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는 비꼼과 철학이 살아있는, 남길만한 소설을 쓰는 것이 인생의 목표란다.

현대문학상, 서울언론인클럽 칼럼상은 어쩌면 그녀의 숨가뿐 발걸음과 열정을 설명하기에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숨가쁘게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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