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절색의 기생이었던 황진이의 이미지를 통해 음지에 있는 유흥문화를 밝은 곳으로 끄어내고자 한다".한 업소 전문 포털사이트는 지난 8월 상금' 미스 황진이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격은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혹은 일하고 있는...여성? 일반 여성과 유흥업소 출신 여성이 대체 어떻게 다르길래 참가자격에 선을 그어버린 건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제맘대로 여성 이분법'의 원리는 참가자격에 꼭 맞는 여성이 남성의 성호르몬 분배를 배가시킨다는 것 아닐까? 미스 황진이상 외에도 백치미상, 요염상 등의 시상부문은 소위 남성들이 '데리고 놀기 좋은' 여성상을 빼다 박은 듯 하다.

이렇게 이들은 여성을 성적자극을 위한 비아그라로 전락시켜놓고는 미인대회라는 싸구려 포장지로 싸버렸다.

포장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1억원이라는 돈. 미스 황진이에게 주어지는 5천만원과 영화의 주연 자리는 마치 이 대회가 참가 여성들의 진정한 권위 향상을 위해 마련된 것인냥 번지르하다 그러나 신통치 않은 포장지 안으로 보이는 것은 돈이라는 미끼와 남성들의 노골적인 욕망이 뒤섞여 있는 현실이다.

이 대회를 통해 유흥문화는 바람직하게도(?)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버렸다.

온라인상에서 대회를 보고 있자니 양지에서의 당당함에 한번 더 놀란다.

남성 네티즌들은 참가 여성들의 사진과 애교섞인 프로필을 보며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고 게시판에 "***씨 내가 찌었어", "**번 진짜 예술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좋은데~'식의 휘파람까지 날린다.

여러 대중매체는 야시시한 사진과 함께 지상중개하느라 바빴는데 '정론집필'임을 자부하는 모신문은 수상자가 요염한 몸매에 45Kg이라는등, 애칭이 왕방울이라는 등 떠들어댔다.

메스를 들이대도 모자라는 마당에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부채질이나 하고 있다니. 결국 당당해진 거라고 참가들이 아닌 이들을 보는 남성들의 시선 뿐이다.

지극히 성기중심적인 발상으로 남성들은 마치 자신들의 손에 여성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쥐어진 듯 오해하고 있다.

진부하고 구시대적인 남성들, 자신들이 지배자라고 착각하는 꿈에서 깨야 할 때가 됐지 않았나. 한술 더 떠 내년부터는 국제대회로 발돋움시켜 외국 여성까지 넘보겠단다.

당차기 그지없는 포부를 듣다보니 다른건 몰라도 이런 쪽으로는 손발이 척척 맞는 남성들이 뭔가 해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황진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고 그녀를 마음으로 아꼈던 서경덕은 대체 어디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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