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급속히 성장한 민주노조들의 물결로 노동운동이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노동자대중의 성장과 진출, 자주·민주이념의 노조운동이 대중적으로 뿌리박기 시작하면서 90년 노동운동은 한 단계 새로운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본사에서는「전태일열사 분신 20주기」를 맞아 노동운동의 흐름과 앞으로의 과제, 올바른 노학연대의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87년 6월 폭발적인 민주화투쟁,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대중의 자주의식화와 조직화는 비약적으로 진전되어 각지에 민주노조들이 결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노조협의회가 확고히 자리잡아, 마침내 90년 1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가 결성되었다.

이는 비단 노동운동(이하노운)뿐만 아니라 농민운동, 학생운동, 빈민운동 등 각계각층 역시 계급, 계층별로 전국적 단일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그 내용면에서는 협소한 계급계층별 울타리에서 점차 벗어나 자주·민주·통일을 공통된 목표로 내걸게 되면서 전민족의 운명에 대한 주인된 자각을 기초로 하나의 단일한 역량으로 결속되어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되어 간다.

이러한 노동운동과 대중운동의 진전에 따른 주·객관적 조건 속에서 노학연대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가장 선진적으로 투쟁을 선도하는 노운과 학생운동의 연대로써 전략적·전술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즉, 단순히 대중투쟁에서 주도권을 잃지않고 공안통치에 맞서 반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전술적 의의뿐만 아니라 민족민주운동의 역량을 준비하는데서, 주된 힘들을 튼튼히 꾸리고 이들과 각계 각층 민중에 대한 노운의 역할을 높이며, 남한변혁운동에 있어 실제적 중심세력을 이룬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의의를 지닌 노학연대가 87년 이후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올바른 관점과 원칙에 근거한 노학연대는 무엇인가 살펴보도록 하자. 87년 노동자대투쟁은 6월민주항쟁에 영향을 받은 노동자대중이 노예적 삶을 박차고 생존권의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일어선 해방 후 최대의 노동자투쟁이었다.

그러나 7·8월 투쟁시기의 노학연대활동은 노동자 내부의 연대활동보다 소극적이었다.

이는 노동자들이 통일적인 노동운동조직을 갖지 못한 주체적 한계와 6·29선언 이후 학생운동의 전반적 침체에 기인한다.

그래서 청년학도의 연대활동이 개별적·분산적·고립적 활동을 벗어나지 못한 단위사업장 실력지원에 그쳤고 보다 중요한 노동자투쟁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알려 나가면서 노동자와 일반대중과의 결합을 높이면서 그들의 힘을 보위하고 파업투쟁을 지켜나가는 것은 미비했다.

노학연대에 대한 노동운동의 일부 소극적인 자세도 반성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탄압에 말려 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노학연대를 거부한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탄압은 소수로 고립되었을 때 더우 극심해진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통해서 대중의 정치의식과 연대의식을 높이고 공권력과 기업주의 공세를 맞받아쳐 싸워 나가는 길이 가장 올바르다.

그렇다면 노학연대는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수행되어야 하는가? 첫째, 자주적 연대, 조직적 연대가 되어야 한다.

즉 조직주체간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럴 때만이 일방적인 지원·연대를 지양하고 서로의 준비정도와 실정에 맞는 연대를 수행해내고 이의 성과가 각각의 대중조직강화로 귀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올바른 연대·공동투쟁은 먼저 그 주체와 함께 논의하여 정세의 요구와 대중의 준비정도에 맞는 내용과 형식을 합의하고 함께 진행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런 때만이 노운과 학생운동 상호의 자주적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에서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자주적·조직적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조직내에서 연대사업의 주체를 명확히 세워내는 것이 요구된다.

현재 각 조직에서 주체가 꾸려지고 있으나 이는 미약하기 그지없고 연대의 대중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주체를 세워내면서 그 주체는 조직의 골간체계 속에서 그 지위와 역할을 규정하도록 해 연대사업을 일회적 투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조직의 강화로 수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둘째. 지속적 연대, 대중적 연대가 되어야 한다.

노동절이나 파업투쟁이 있을 때만 연대하는 관점을 철저히 불식시켜야 한다.

우리는 노학연대를 수행하는 것이 변혁운동의 역량준비기를 성숙시켜 나가는 데서 전략적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에 각 단위와 단위사및 소그룹(단위사내의)과의 일상적연대를 강화시킬 것이 요구된다.

또한 투쟁적, 정치적 연대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대중들이 함께할 수 있는 대중적 연대의 심혈이 요구된다.

대중적 연대는 많은 사람이 모여 집회를 하고 격렬한 투쟁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중소규모의 실천양식을 통해 대중의 의식화, 조직화를 강화시켜내며 범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해내어 반민주세력들을 고립화시켜내는 운동의 대중화를 실현하는 원칙인 것이다.

셋째, 정치적 연대를 해야한다.

청년학도가 단순히 물리적 지원·연대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대중과 함께 공유해야하는 당면 정치정세의 핵심과 공동의 투쟁결의를 확보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연대로 상승발전해야하는 것이다.

노학연대를 수행함에 있어 노운은 생활적 요구를 보다 정치적 투쟁으로 높여내도록 하고 학생운동은 당면의 정치투쟁의 요구를 노동자의 이익과 결부시켜 나가야 한다.

기간의 노학연대투쟁은 불철저한 관점과 원칙으로 많은 편향과 한계를 조정하였다.

앞으로 노학연대의 의의를 각인하고 노동자대회를 사수하는 실천적 투쟁에서부터 자주의 시대에 걸맞는 자주적, 변혁적 노학연대의 힘찬 진군을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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