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지원 약속에 따라 고 박정희 전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업들이 다각적으로 추진된다.

이달말 인터넷 기념관 ‘프레지던트 박(http://presidentpark.city.kumy.kyongbuk.kr)’을 시작으로 동상 건립, 생가 복원 등을 계획 중이며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재평가에 따른 기념사업의 정당성 여부에 앞서 이를 추진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속마음부터 헤아려줘야(?) 할 듯 싶다.

김대통령은 3·1민주구국선언 주도로 2년간 옥살이를 했고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거친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화투사였다.

게다가 대선에서 박전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 목숨의 위험을 받았던 경험도 있다.

그런 그가 민주화투사였던 과거는 깨끗이 잊어버린 듯 하더닌니 이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박정희 껴안기’에 나선 것이다.

유세장에서 부딪힐 때면 못잡아 먹어 안달이더니 이제와서 갑자기 박 전대통령의 업적이 위대하게 느껴진건지 아니면 지역감정 개선이라는 아름다운 의지인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내년 총선을 대비한 경상도 표 모으기’란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건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문제이다.

이처럼 비오는 날 빈대떡 뒤집듯 입장을 쉬 뒤집는 것은 김대총령의 경우만은 아닌 듯 하다.

김대통령이 난데없이 박 전대통령을 치하하자 이번엔 김영삼 전대통령이 “5·16 군사쿠테타를 일으켜 국민이 선출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독재의 상징인물 박정희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집권 당시 “역사의 평가에 맞겨야지요”라며 책임자처벌을 기피했던 그가 이처럼 단호히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그의 이런 번복 역시 영남지방인 자신의 본거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바톤을 이어받은 노태우 전대통령은 “김 전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이 의심스러웠으나 대안이 없었다”라고 헐뜯으며 그의 ‘안방정치’를 비난했다.

노 전대통령은 한때 김 전대통령이 자신의 후자인 것 마냥 손을 다잡아주며 대총령의 자리까지 밀어올리려 혼신의 힘을 다했던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막상 추징금 문제로 사이가 껄끄러워지자 허물은 모조리 김 전대통령에게 돌리고 여당에게 점수를 딸 목적으로 그를 한치라도 더 깎아내리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전광석화같은 입장 바꾸기는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시킨다.

빈대떡을 뒤집을 때는 반대쪽을 익히기 위해서이듯, 정치인들이 마음을 뒤집을 때는 뒤따르는 이익을 염두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했던 말들이 어쩌면 그토록이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 그에 얽힌 그들의 ‘딴 마음’을 국민들이 모르리라 생각하는지 다시금 우리나라 정치가들의 철저한 기회주의에 대한 경외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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