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5천여 노동자 결집

「전태일열사 20주기 추모 90전국노동자대회」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 및 업종노동조합연맹(협)회의(이하 업종연맹) 주최로 노동자 5천여명 등 6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1일(일) 오전12시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당초 이 대회를 평화적·합법적 집회로 상정, 장소를 잠실주경기장으로 예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노협의「이전시위경력」등을 문제삼아 원천봉쇄방침을 밝히자 고려대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에 학생 및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6천여명은 10일(토) 오후 11시40분경 고려대로 모여 집회 사수를 위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대회는 전노협뿐 아니라 12개 업종노조 등이 참가하여 지역 및 업종을 초월하고 생산직과 사무전문직이 공동으로 주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용범씨(전노협 홍보부장)는『이 대회는 노동악법 철폐 및 노동기본권쟁취라는 대중적 사안에 초점을 맞춘 평회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조건 집회불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정부의 원천봉쇄를 규탄했다.

오전12시 열린 본대회에서 권영길씨(언론노련 위원장)는 「전태일열사분신 20주기 추모사」를 통해『전태일열사가 산화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의 삶은 만성적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살인적 산업재해와 노동운동탄압 등으로 피폐해 있다』며『열사의「노동자인간선언」을 계승하여 노동 해방의 그 날까지 진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전태일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민가협회원)가 직접 시상한「제 3회 전태일노동자상」은5·1 총파업투쟁과 노동악법철폐 등 제도적 개선투쟁을 전개한 전노협이 수상했다.

전노협과 업종연맹은「대회선언문」을 채택하고『90년 전노협이 건설된 후, 단병호 의장의 구속을 비롯하여 상반기만 해도 5백여명의 조합원들이 구속되는 등 날로 탄압이 가중되고 있다』며『노동자대회 사수로 각 단위 사업장 노조원들의 투쟁열기를 고양시켜 25일(일) 민중대회로 총궐기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전10시 노동운동단체협의회 및 전대협 주최로「내각제개헌 저지와 민자당해체 및 90전국 노동자대회 사수를 위한 노·학 결의대회」가 열렸다.

서총련의장 윤진호군(고려대 총학생회장 산업공학·4)은『노태우정권은 민중민주세력에 대한 전면적 탄압 및 기만적 북방정책으로 장기집권 내각제개헌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며『1천만 노동자와 청년학생들은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단결투쟁해야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본대회가 끝난 후 노동자 및 학생들은 오후 5시까지 교내 선전전을 수행했으나 경찰이 귀가하는 노동자들을 강제연행하자 이에 항의 1시간 가량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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