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금) 김영삼대통령의 5.18특별법제정방침 천명 이후 민자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이 특별법은 특히 지난 여름 검찰의 5.18 불기소처분 이후 전국의 교수·변호사 등 모든 국민들의 줄기찬 시위와 성명을 통한 촉구 후에 나온 것이니만큼 정의와 국민의 승리라고 기뻐할만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5.18 문제는 훗날 역사의 심판에 맞기자던 김대통령이, 노씨 비자금이니 대선자금 공개니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고 해결할 일도 많은 때에 느닷없이 특별법 제정까지 들고나서는 데에 왠지 고운 눈길만이 보내지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완전한 법치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문민의 기본”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나마 올바른 해결을 할 수 있는 특별검사제 도입은 안하겠다고 하고 또 애초에는 최소한의 수사만 하겠다고까지 했으니 진정으로 5.18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전날 헌법재판소의 5.18불기소처분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7차 평의회가 있었다는데, 김대통령이 이 내용을 먼저 알고 바로 ‘특별법제정’이란 히든카드를 부랴부랴 내놓은 것은 아닐까. 어차피 5.18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재수사될 터이고 그럴 바에야 국민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수사한다면 인기표라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선자금 공개로 쏠린 눈도 돌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결국 특별법 제정은 5.18불기소처분, 노씨비자금문제, 대선자금 공개 등으로 궁지에 몰린 YS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일 뿐이었으면서도 마치 오랫동안 혼자 고심해서 결정한 듯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15년동안, 가까이는 넉달을 넘게 흘려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가능해진 특별법제정처럼 더이상 ‘문민’이라는 이름으로는 자신의 태생한계를 감출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어쩌면 특별검사제도 가능할 법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가능하기까지의 국민들의 피와 땀은 외면된체 엉뚱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물인 양 가로채는 일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별법제정이 어지러운 현정국에서 벗어나고자 제시한 깜짝쇼로 끝나거나 총선과 대선을 노린 정계의 이권에 놀아나기만한 채로 흐지부지해지지 않고, 철저한 진상규명·관련자 전원처벌·5,6공과의 단절 등 진정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올바른 특별법제정과 특별검사제도입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뻔히 잘못을 저지르고도 번번히 허튼 변명으로 피해가던 아이가 또 한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몇마디 말로 얼버무리려한다면 이제는 더이상 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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