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주장에 서슴지 않는 진짜 서민 대현동 토박이 고은석씨 『50년 전에 이대후문쪽은 공동묘지 자리였어. 수복후에는 피난민을 위한 판자집이 즐비했었지』라며 50년 전의 대현동을 회상하는, 희끗희끗한 머리와 편안한 이웃집 아저씩ㅌ은 인상의 50대 대현동 토박이 고은석씨. 고씨는 『대현동에서 오래 살다보니 내겐 이대앞이 바로 추억의 거리라고 할 수 있지. 아마 그 땐 기숙사, 본관, 중강당 등 몇개 건물밖에 없었던 것 같아』라며 이대앞에 75년부터 현대적상가가 들어서고 전철역이 생기면서 이대앞이 상업적인 모습으로 변했단다.

『상가가 즐비한 학교앞을 나가보면 이건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밀려다니는 거야. 그만큼 공간이 부족해. 닭장 안의 닭도 운동할 공간이 필요한데 닭장만 만들어주면 그만인가 말이지』라며 대현동의 불균형적인 공간문제를 토로하는 고씨는 대현동 주민의 권리인 이대앞거리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씨는 재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다가 원래 공원부지이 ㄴ곳에 상가지역이 형성됐고 공원부지를 건물주인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공원부지 해제안을 올린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일제, 군사정부 때 관에 길들여진 시민들은 무엇을 위한 일인지도 모른 채 통장이 내민 해제요구안에 도장을 찍었어. 그러나 관과의 마찰이 두려워 주민들은 자기권리인 해제반대안에는 도장을 찍지 못했어』라며 어려웠던 점을 말한다.

그래도 다행히 늦게나마 공원문제를 알게된 학생들의 권리주장으로 공원부지 해제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단다.

『학생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환경개선을 위해 대처할 때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라며 학생·학교·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고씨는 자신의 적극적인 자세가 살아온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어린시절에는 짓궂은 골목대장이었지』라는 고씨는 6.25전쟁 이후 아버지를 여의고 10대 가장으로서 장사와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생겼다고 자신의 성장과정을 말한다.

『주민을 위해 만들었다는 신촌문화회관이 교통도 불편한 언덕위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를 위한 문화인지를 생각하게 하지』라며 신촌문화축제를 맞아 상인중심의 문화가 아닌 주민가 학생들을 위한 신촌문화창조가 아쉽다는 고씨. 『지금의 신촌문화축제는 이벤트회사주도로 보여주기식이고학생들은 들러리역할만 하는 것 같애』라며 고씨는 획일적인 문화도입보다는 자발적이고 다양한 문화창조를 위한 분위기·공간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사회가 변하듯이 이대앞 거리가 변하는 것을 어쩔 수는 없지. 하지만 이런 변화의 주체는 학생과 주민들이어야 해. 남이 해줄 것이라고 기다리지 말고 자기 스스로 자기 권리를 찾아야지』라며 이화인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홍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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