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빤 미군이다?" 동두천 기지촌 활동을 다녀온 이지원양 "「고삐」는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어요." 소설 「고삐」를 통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 아직은 그 곳에 대한 사회의 막연한 선입견에 젖어 조금은 생소함을 가지고 동두천으로 기지촌 활동(이하 기활)을 다녀온 이지원(화학·2)양을 만난다.

『처음 놀이방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집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 그 곳 여성들은 방문만 살짝 연 채 들어오라는 인사도 못 건네고 경계하는 표정이었어요.』라고 말문을 여는 이양. 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곳 여성들이 미군과의 결혼을 가장 큰 성공응로 여기는 현실이라는데, 맞은편의 화려한 미군클럽과는 대조적인 영세촌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더러 한반도에서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는 남자는 미군뿐이라는 이유에러사 한다.

『기활기간 동안의 주요활동은 대부분 2~5살의 어린혼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방 운영이었어요. 한번은 「사과같은 내얼굴」이라는 노래를 가르쳤더니 「애플같은 내 얼굴」하더군요』라며 이양은 웃어넘기기에는 가슴아픈 얘기를 한다.

또 이양은 『장갑차, 탱크 등 중장무기들이 군기지밖 골목골목에 수북이 쌓여있었어요. 매일같이 이를 놀이기구 삼아 노는 아이들은 군복과 미군을 선망하고 폭력적이기 쉽죠.』라며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때때로 가슴저렸다고.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을 기지촌 여성 자신들조차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며 포기한 삶을 사는 모습에 처음 며칠은 기활자체에 회의도 들었어요.』라며 이양은 하지만 두레방에서 기지촌 출신 실무자들이 다른 환경의 대학생들과 어울려 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두레방은 아직은 작업장이라곤 방한칸 뿐인 영세한 곳이지만, 폐쇄적인 기지촌 여성들이 함께 어울려 빵을 만들며 조금씩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는 곳이죠.』 처음엔 짧은 일정으로 놀이방 활동에만 그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미약하게 느껴졌다는 이양은 『이번 기활이 결과아닌 시작이며 폐쇄된 지역의 문을 두드리는 출발임을 자각하게 되었어요』라고 역설한다.

『브레니와 3살된 수지의 눈망울이 가장 보고 싶어요』라며 내년에도 꼭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기활 후 참가한 범민족대회에서 감기에 걸려 고생이라고 덧붙이는 이양이 다가오는 가을만큼 성숙해 보인다.

김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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