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 강원도 신평벌은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열기로 가득 차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우의와 친선을 다지기 위한 「지구촌 축제」인 잼버리대회는 총 1천 4백 1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었고 참가인원 또한 세계청소년 2만여명을 비롯 관광객도 10만명이 넘어 규모면에서 88올림픽에 버금가는 대행사였다.

더군다나 각 언론매체들이 연일 대회진행상황에 대한 기사로 지면을 뒤엎어 가히 보도전쟁을 방불케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잼버리대회였지만 행사과정 중 「사격 연습」등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으며, 대회장 설치에 따른 자연 생태계 파괴설로 무리를 빚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선 일단 접어두고라도 대회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홍보와 지원은 차기대권을 겨냥한 정치적 선전효과용의 대회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세계는 하나」라는 행사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권은 「조국은 하나」됨을 위한 범민족대회에 대해선 원천봉쇄로 맞섰기 때문이다.

잼버리 대회의 열기가 한창 고조될 즈음 똑같은 열기로 치뤄진 범민족대회는 전경, 백골단의 보호(?)와 최루탄 세례만을 선사받았을 뿐이었다.

지난달 「북한은 더이상 적이 아니다」라며 북한 괴뢰집단(?)에 대해 한민족임을 표명한 정권의 입장을 볼 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통일음악회, 통일축구, 최근의 농수산물 직교역 등 정부의 북방정책은 경제, 문화에 걸쳐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렇듯 스스로 통일의 주체임을 자처하고 나선 정권이공권력을 총동원, 범민족대회를 무산시킨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범민족대회의 목적이 단순한 통일이 아닌 「민중이 주인되기 위한 통일」이라는 점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그러기에 잼버리 대회가 연일 축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속에서도 민중적인 통일운동은 여전히 탄압받았고, 강열사의 아버지는 감옥으로 내몰려야 했으며 임수경을 비롯한 방북 인사는 차가운 감방을 지켜야 했던 것이다.

잼버리 대회기간 동안 연일 외쳐댔던 「세계는 하나」라는 말은 신평벌에서나 통했던 것이지 민중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여전히 산업재해는 세계 제 1위를 향해 증가하고 있으며, 민중이 주인되는 삶을 외쳤던 사노맹 김진주씨는 징역 12년형을, 박노해씨는 사형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받기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세계는 하나」라는 환상에 속을 수 없다.

「세계는 하나」라는 환상이 민중의 고통 그리고 민중운동가의 감방행과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한.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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