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탑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진아! 그해 1980년 태양도 두려워 구름뒤로 몸을 숨긴 피빛 5월, 계엄군이 난사하는 무차별 총격에 관자놀이를 관통당해 때이른 죽임을 당했던 너의 이름을 12년이 넘어 지난 오늘 다시금 부른다.

해마다 봄이 찾아오면 접동새우는 망월동 묘지에서 두눈 부릅뜨고 일어나 피울음을 되풀이 토해내고 있을 영진아! 너를 죽인 「적」들은 민주주의의 화신이 되어 여전히 권좌에 군림하고 있구나.또 꽃다운 나이의 한 젊은이의 생명을 무참히 짓밟고 말았구나. 「제발 내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막지 말아달라」는 그 어머니의 애절한 호소마저 뿌리친 채 최루탄 매운 연기로 그를 두번 욕되게 하여꾸나, 그 간교한 무리들은 이 젊은이를 빌미로 「민주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불안」을 부채질한다며 그의 시신을 난도질 하는구나. 또다시 지금의 불행을 온통 우리에게 떠 넘기고 우리를 「좌경폭력세력」으로 얽어매려 하는구나. 영진아! 뜨겁개 타올랐던 그해 5월의 광주와 같이 전국의 거리는 치떨리는 분노의 함성으로 물결치고 있다.

그러나 피맺힌 한을 간직한채 미처 눈을 감지 못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 한 젊은이의 주검앞에서 역사에서 배울줄 모르는 지배자들의 처세술은 우리의 분노를 도저히 잠재울 수가 없구나. 보상금으로 너의 죽음을 헐값에 매도하더니 이젠 장관경질정도로 책임을 다한양 생색을 내며,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인 악법을 거침없이 날치기로 처라한 저들의 작태는…. 이미 실종되고 산산히 부서진 민주주의를 의회안에서만 부여잡고자 우리를 저버린 장본인들이 경대의 노제에 황색깃발을 한점 부끄럼없이 치켜올리던 모습도 지워지지 않는구나. 스스로를 민중의 대변자인양 자처하며 민중투쟁을 담보로 내각 총사퇴라는 면죄부를 너를 짓밟은 정권에게 발급하면서 광역회의속에서의 지분확대와 교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권력에 굶주린 자들의 행각이…. 지배계급의 폭력에 대항하여 민중스스로 자신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12년전의 광주는 18일 총파업으로 떨쳐 일어선 노동자들의 가슴에, 경대의 노제주위로 결집한 우리 모두의 가슴에 들불처럼 되살아난다.

그때 영진아, 돌아와, 돌아와 너의 꽃다운 혼, 못다한 사랑, 못다한 꿈 안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돌아와 우리들의 가슴을 채우는 빛이 되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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