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이룬 한 노동자의 참꿈
못다이룬 한 노동자의 참꿈
  • 이대학보
  • 승인 1991.0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못다이룬 한 노동자의 참꿈 『벽을 부수고 있다.

벽을!』 구속 수감중 투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의 시신탈취를 위해 백골단이 영안실의 벽을 뚫기 시작했다.

요란한 쇠망치 소리와 함께 벽이 흔들리자 박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으로 그의 시신을 지키던 노동자와 학생들은 서로의 몸을 얽어 껴안고 시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몸을 다해 발버둥쳤다.

백골단들의 진입을 막고 나서자 영안실안으로 난사된 최루탄 속에서도 그들은 비명에 가까운 외침으로 시신을 보호했다.

콧물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고 호흡조차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안실 문을 걸어 잠그고 시신을 지켰건만. 25cm 두께의 영안실 벽을 부수고 들어온 백골단은 시신을 향해 달려들어 시신주의를 에워싼 노동자와 학생들을 때리고 짓밟아 연행했다.

『내 자식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가족들의 절규마저 끌어내고 시신을 강제 부검했다.

시신 탈취의 현장은, 박씨의 시신을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 했던 학생과 노동자들을 모두 연행하고, 유가족들을 오도가도 못하게 병원 건물에 감금하는 인간 이하의 참혹한 광경이었다.

박씨는 수감중인 자유롭지 못한 몸임에도 감시를 통과하고 링게르병을 꽂은 채 유서도 없이 자살했다고 한다.

또루신전날까지 수차례 박씨에게 걸려온 안기부 협박전화. 자살로 보기에는 이외에도 머리상처 경위등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그의 죽음에 대해 애도만 표하기에는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처럼 꼬리를 물고 있다.

보증금 2백만원 월세 6만원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4식구의 가장이었던 박씨는 누구처럼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려던 성실한 노동자였다.

뼈빠지게 일해 두 아이의 성장길엔 고생없이 키워보마 했던 꿈. 하지만 그에게 이 땅 노동자들의 현실은 너무도 척박했던 까닭에 자본가에겐 「죄악」 그 자체나 다름 없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우이동 기슭, 연대를 위한 대기업 노조 간부 수련회장에서 제3자 개입금지 노동쟁의조정법 위반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있던 중에 그의 소박했던 꿈을 잃어버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구속혐의를 보더라도 대우 중공업 파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였다는 것으로 노동쟁의 조정법의 소위 제3자 개입의 혐의를 둔 것인데, 이것은 이미 수없이 많이 노동운동탄압의 빌미로 이용되어온 악법중의 악법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

남보다 가난하게 태어난 탓에 어떠한 권리도 부정당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참꿈을 이제 우리는 안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