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심장부에 자리한 용궁에서는 요즘 식음을 전폐하고 비상어전회의가 속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들의 용왕님은 생존권 압살에 대한 백성들의 하소연을 귀에 못이박힐 정도로 들으셨고 탄원서도 수북히 쌓아놓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땅이 꺼질새라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젠 다스릴 백성의 씨조차 말라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계실 것이다.

용왕님은 고심고심 끝에 얼마 남지않은 백성을 이끌고 몽진을 결심하셨다고 한다.

숨쉬는데는 지장이 없는 「가나안」을 향해. 우리들이 용궁의 속사정을 이나마 어림짐작하게 된것도 페놀의 악취로 얼굴없는 공해 피고인의 얼굴이 세상에 드러난 덕택이다.

가면 벗겨진 두산이라는 이름의 독점체는 낯짝만큼 배짱도 두둑했다.

『이 넓은 낙동강변에 내가 버린 페놀폐수쯤 어디 눈에나 뜨이겠어? 설사 들키게 된들 대수겠어? 하루저녁 술값정도되는 푼동 몇푼 벌금으로 내면 그만이지. 그게 페놀소각로 운영비다 폐수처리 시설비다 해서 들어가는 돈보다 백배는 이득이지』이 정도에서 그치면 그들의 눈에 보이는것 없는 이윤욕에서 싹튼 무식과 죄의식 마비로 동정심 유발을 기대해 볼수도 있겠는데, 그들의 호소는 계속된다.

『저희들은 정말 억울합니다.

이번 페놀방류는 딱 한번 있을까말까하는 일생일대의 과실사입니다.

페놀소각로의 파이프가 파여로디어 페놀이 방류된 것을 저희인들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우겨대는데는 어처구니가 없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검은속에서 풍기는 악취로 고개를 돌릴 지경이다.

된사람보다 난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외에 정권은 기업들에게 「자원과 환경을 소중히 여겨라」또는 「기업은 환경공해에 대한 사회적 연대책임을 져야한다」는 일깨움을 한번도 일러준 전례가 없었다.

정권조차 환경오염은 안중에도 없는채 오직 경제성장의 가파른 상승그래프 연출에만 외골수로 몰두해왔고 그 선두에 서있는 기업을 애지중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더니 전국이 물 노이로제 증세로 들끓자 난데없이 산천망치는 책임은 너희들에게 있다는 불호령을 내리며 기업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영리추구가 최상의 미덕이 될수밖에 없는 기업의 생리구조와 이를 공공선에 입각해 조절할 능력이없는 국가권력이 이래저래 용궁이 이삿짐을 쌀 수 밖에 없는 극한으로 내몰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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