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다시 이짓하면 성(姓)간다.

성을 갈아!』중대한 결심, 특히나 나쁜 버릇을 고치겠다고 할때 하는 말이다.

「성」이라는 것이 명예를 거는 의미니만큼 쉽게 말할수없고 또 우리네 인심은 그만한 결심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한 약속도 믿을수 없는 험한 세상이 되었다.

지난 가을, 『환골탈태 하겠다』며 새로운 이름을 내세웠던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옛이름은 보안사였다.

새롭게 이름을 바꾸며 『다시는 민간사찰이 있지도 않고 있을수도 없다』던 정부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결국 어린양의 탈을 덮어썼던 늑대가 본색을 드러냈듯, 멀쩡한 국민을 범법예상자로 몰아 장롱밑엔 도청장치, 위장까페에 위장택시까지 동원해 감시의 눈을 번뜩여 국민을 경악케했던 그들이 석달도 지나지않아 또다시 민간인 사찰을 했음이 들통났다.

이름까지 갈았던 굳건한(?) 결심은 간데없이 서강대 이종탁군(경제·휴학)을 비롯한 12명의 대학생에 대해 본적지 ·현주소·복무중인 군부대등 관할3개 기무부대가 비밀리 내사해온 것이다.

불과 빙산의 일각인 12명만이 알려졌지만 평범한 대삭생임을 감안했을때 오히려 사찰대상의 범위가 축소는커녕 대폭 확대되었음을 알수 있다.

「군입대뒤 불순의식 확산을 기도할 우려가 있어 예방차원」이라는 궁색한 사찰이유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 논리라면 이제 이땅의 병역대상자, 모든 남성들은 사찰대상자인 셈이다.

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사찰이 단지 「예방」이라면, 그들이 선택할 「본격적 해결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녹화사업을 빙자한 프락치강요와 수많은 의문사가 제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지난 10월, 폭발하던 분노와 규탄의 함성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군의 목적이 「독재 정권안보」를 위한것임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지난 21일(목) 이종구국방장관의 당당한 말은 기가 찰 노릇이다.

『군에 폭력혁명세력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은 기무사의 당연한 임무이며 문제는 바로 이런 비밀이 누설되는 것』이라며 『경위를 철저히 밝혀 누설 「책임자」를 문책하겠다』는 것. 드물게 정부와 우리의 마음이 맞은듯 하다.

우리도 또한 사찰 「책임자」를 철저히 밝혀 처벌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어떤 선언도 약속도 믿을수 없는 우리국민들은 기무사의 즉각해체로 정권의 그나마 마지막 도덕적 의지를 볼수없다면 이제 더이상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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