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공개방송을 시작하겠읍니다! 카메라! 이쪽 클로즈업 해주세요』바로 이 수업의명사회자는 정현경교수(기독교학과)이다.

50m 의 긴 마이크를 가지고 공개방송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정교수는 『저는 더이상 선한 사람을 구원하고 악한 자를 벌하는 전능한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 오히려 생명을 위해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는 하나님이 바로 제가 믿는 하나님이죠』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소신에 찬 종교관을 가진 정교수는 지난 2월초 호주 캔버라에서 열렸던 「제7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제3세계 아시아 여성의목소리를 대표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이 총회에서 정교수는 「성령이여 오소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라는 주제를 발표, 총회사상 유래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귀띔해 주기도 한다.

정교수는 그때의 환호성을 떠올리며 『제가 이렇게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 청년들과 원주인덕택이죠. 총회 한당전부터 한국의 풍물과 춤을 열심히 연습했거든요』라며 그들에 대한 답례를 덧붙인다.

『특히 이총회에는 북한대표가 참석하여 더욱 의미가 깊었죠. 우리는 같은 기숙사에 있으면서 서로 얘기하는 가운데 「조국은 하나다」라고 공감하기도 했어요』라며 남북한이 함께 공동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에 매우 감격스러웠다고 한다.

『이번 총회에서 저는 한국적 예배형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신학과 예술의 만남도…』라며 정교수는 한국적 에배형식의 창안을 위해 고심 중이라고 조심스레 밝힌다.

『진정한 종교인은 특정종교인 일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하고 성찰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바로 이런 사람만이 진정으로 사회를 변혁시켜 나갈 수 있죠』라며 소박한 의견을 말하는 정교수는 『이화인을 지도하는 것은 교수이지만 그 지도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랍니다』라고 후배들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의 말 또한 잊지 않는다.

『이거 어때요?』정교수는 무득 책상위 한모퉁이에 놓여있는 조각을 가리키며 『이건 제가 인도에 갔을 때 가져온 건데, 반은 여성, 반은 남성의 육체로 이뤄졌어요. 참 특이하죠? 이 조각처럼 제가 믿는 하나님은 남성, 여성이 아니라 성을 초월한 양성적인 존재가 아닐까해요』라며 바삐 강의실로 향하는 정교수의 어깨위로 따스한 교정의 햇살이 쏟아진다.

양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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