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4개월만에 미국이 걸프전에 개입함으로서 석유자원을 둘러싼 아랍세계와 미국의 패권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페르시아만 사태는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에도 적지않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전쟁지원금분담 요구에 2억 2천만달러를 지급할 것을 확정한 후 군의료진 파병과 2억 8천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추가로 지원하며, 공군수송단을 파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후속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후복구사업의 참여와 UN 단독가입의 가능성을 위해 이해관계를 타산하며 다국적군 참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과 22%의 유가인상 및 28% 추가인상은 한달만에 소비자물가를 무려 2.1%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모두 걸프전쟁의 탓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물론 전산업에 걸쳐 석유가 근간을 이루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관련산업이 7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걸프전으로 야기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는 79년부터 유가파동을 방지하기 위해 석유산업기금이라는 명목하에 원유수입가의 2~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석유를 공습, 자금을 비축해 왔다.

그러나 현재 석유산업기금 4조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채 유가인상이 큰폭 단행되고, 이것이 물가인상으로 전화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부는 전쟁이 수출부진을 몰고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7억원에 이르는 무역적자에도 아랑곳없이 단기전일 경우 예상되는 피해액보다 엄청난 지원금을 굳이 분담하려는 의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부는 올해 임금인상 투쟁을 선언한 노동자들에게 수출부진과 경제위기를 내세우며 강경대처할 것임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은 물가인상과 경제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인데도 말이다.

실상 부동산투기로 경제위기를 증폭시키는 재벌에 대한 여신규제의 폭을 완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정권의 본질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회사측과의 협상결렬로 [제2의 골리악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이치에 닿지 않는 전쟁의 피해부담을 강요받는 것으로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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