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재학 중 사법고시 첫 합격」. 예기치않게 찾아든 옛 친구의 엽서처럼 반갑게 느껴지는 소식이다.

다소 딱딱한 만남이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며 수줍게 웃는 이영숙양(법학·4)의 소탈하고 붙임성있는 태도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는 『조금은 얼떨떨해요. 사실 전 계속 법학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사법고시 합격을 기대하진 않았었거든요』라고 소감을 밝힌다.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법의 본래 의도에서 법학에 대한 흥미를 느꼈다는 이양은『법이란 태양과 같은 존재여야 합니다.

이 세상 어느 구석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따스한 빛을 전해주고, 고르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라며 그 누구도 법으로부터「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법의 사명이라고 야무지게 덧붙인다.

이양은 법이「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제도임을 강조하면서,「법앞의 평등」을 공동체사회를 이루기 위한 선결과제로 꼽는다.

성 차별의 대표적 예인 가족법 역시 7번씩이나 고쳐오긴 했지만 아직은 그 평등작업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양은 악용된 법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하면서, 문득『왜 법이 한자로「거」에「수」변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양은『법이란 물이 가는 것과 같이 순리를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류에서 힘있는 사람이 물줄기를 쥐고 흔드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조그만 물줄기의 변동에도 하류의 사람들이 입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설명하며『아직은 풋내기지만 제 소견으로는 법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을 만드는 주체는 소외받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하는 그가 여린 첫인상과는 달리 무척 당차보인다.

『법학이란 방대한 학문이기는 해도 파고들어갈 수록 심오한 맛을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양은『공부하는 동안 힘들 때도 많았지만 참고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법학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뿌린만큼의 땀을 거두는 시기라는 가을. 4년 동안을 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며 꾸려온 한 이화인의 뒷모습에서「인간이 진정 아름다워 보일 때는 무엇인가에 열중해 있을 때」라고 한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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