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5살짜리 꼬마 서연이의 울음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살인범들은 매정하게도 발가벗긴 아이와 저항할 힘조차 없는 노인들을 구덩이 속에 쳐넣고 산채로 묻어버렸다.

애인과의 며칠간의 유흥비 마련을 위해 떠난 범죄여행은「일가족 생매장」으로 화려하게 마감되었다.

「서연이의 죽음」과 더불어 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민자당의 인천 국회의원 서정화, 조영장씨의 폭력배 석방탄원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국회의원나으리(?)들이 직접 나서서 구명석방운동을 벌인 최태준씨는 인천 최대폭력조직인「꼴망파」두목이다.

최씨는 인천유흥가를 휘어잡기위해 딴 패거리들에게 생선회칼질과 곡괭이질을 서슴지 않는 신망(?)있는 보스로 지난4월,「교도관 집단 폭행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5공 당시, 용팔이 사건과 지난달「신 20세기파」두목 사무실에서 발견된 박철언의원의 감사패와 함께 정치인과 암흑가 폭력조직과의 「밀착」설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뿐만아니라, 최씨는 지난 4월 재판과정중 12범에서 초범으로 둔갑되어 동료들의 10년형과는 대조적으로 18개월형을 선고받았음이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소위 컴퓨터정보화시대인 지금 전과기록이 저절로 지워졌을리도 없고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기록이 변조되었는지 그 든든한「빽」이 놀랍고 부럽기까지 하다.

최씨수배를 위해 수만장의 컬러전단이 인천시내에 뿌려져 있었음을 생각할 때 검찰측이 최씨를 초범처리한 것은 눈뜬 장님이 아니라면「고의」로 누락시킨 것이 분명하며, 이「조작」이 검찰측의 단독행위만은 아닐거라는 강한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범죄들이「범죄와의 전쟁선포」중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간담이 서늘해지도록「전쟁」이라는 초강경용어까지 사용한 것이 오히려 무색해지고, 일시적으로 요란한「전쟁선포」의 한계가 한달도 채 못되어 드러난 것이다.

더우기 범죄전쟁이 본질적인 범죄·폭력·투기소탕이 아닌 민주세력에 대한「전쟁」이었을 때, 민생치안의 부재는 당연한 귀결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두 사건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범죄척결을 내세운 거창한「전쟁」이 지배층과 폭력조직과의 긴밀한 연계 위에서「공허하게」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 이제 명확해진듯하다.

우리가 누구를 향해, 무엇을 향해「전쟁선포」의 화살을 돌려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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