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회의 무장혁명을 기도하는 반국가단체 지하조직이 현정권을 전복하고 폭력 쿠데타를 조장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얼마 전 국내를 강타했다.

안기부가 또 한 건의 수확물을 국민들 앞에 내놓은 것이다.

바로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이하 사노맹).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가득찬 국민들의 관심 앞에「조만간 진상규명」이라는 안기부의 답변만이 던져졌다.

참으로 의아하기 짝이 없다.

88올림픽까지 치룬「보통 사람들의 천국」대한민국에 폭력 혁명이라니? 그러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학수고대하던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일이 터졌다.

안기부의 대거 불법연행과 고문수사의 폭로. 그동안 박종철고문치사사건 등 고문수사로 정평이 나있는 안기부는 그 숙련된 솜씨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전구속영장없는 불법연행은 당연시되었고, 2·3일 동안 잠 안 재우고 수사하기, 옷을 벗기운채 온몸을 구타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플라스틱자로 성기를 때리기까지 하는 참으로 경악할 일이 밀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또한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안기부요원이 끌고간 사람들의 연행이유는 듣기만해도 기가막힐 노릇이다.

사노맹과 관련된 유인물을 소지했던 사람, 돈을 주고 출판물 몇 부를 샀던 사람, 조직원의 얼굴을 알았던 사람, 조직원에게 친구를 소개시켜 준 적이 있던 사람에 이르기까지…. 30여명의 구속자가 속출하고 있는 지금, 영문없이 사라졌던 자식과 형제들의 면회를 갔던 가족들은「수사중」이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부되었다.

오히려 밀실·고문수사가 진행되는 현재, 물리력을 총동원한 정부측은 전대협간부 등 민중운동세력에 대한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정체모를 밀실·고문수사, 불법구금, 불법연행…70년대「알사탕·호랑이정치」로 대표되는 간첩수사법이 또 발동되었단 말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지난 10월 보안사 불법사찰 폭로로 궁지에 몰리게 된 정권이「전쟁선포」를 앞세우고 정권안정화의 기사회생을 꿈꾸고 있던 때, 무시무시한 조직 사건은 그 꿈에 화려함을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기부의 사노맹 억지수사는 가족들과 석방된 사람들에 의해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어설픈 합작품」을 내놓고 한숨 돌린 정부와 안기부의 숨통을 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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