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원 경찰병력 126중대 1만 3천 9백명 소모된 화학탄 3천 3백 27개로 6천 7백 26만 9천원, 총 연행자수 1천 5백 25명, 구속자수 1천 2백 65병, 추가구속 23백 65....」(131회 국회내무위 제출자료) 「뜬금없이」웬 숫자놀음(?)이냐고머리를 가우뚱거리는 이가 혹 있을른지 모르겠다.

이 엄청난 숫자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익히 기억하고 있는 86년 10월 28일 「건대항쟁」의 흔적들이다.

당시 정치권력과 관제언론에 의해 철두철미하게 짜맞춰진대로 그것은 「공산혁명분자들의 난동사건」으로 우리 안방 깊숙히 왜곡되어 파고들었다.

여기다 북한이 금강산댐을 이용하여 전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어 남침을 꾀하고 있다는 「금강산댐 수공위험설」이 30일 온갖 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된다.

이러한 「기발한 착상」으로 고조된 위기감 덕분에 「제 5공화국 최대 인권탄압사례」로 꼽히는 「황소30」작전은 단 2시간만에 사흘밤 나흘낮의 처절했던 항쟁을 끝내고만다.

한마디로 전쟁이었다.

이 속에서 벌어졌던 처참하고 끔찍한 모습들을 더이상 여기에옮기지 않을테다.

개인에 따라서는 다시 한번 머리에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만 4년째 그날을 맞는 지금 표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을지라도 우리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비슷한 양상만이 되풀이되고 있다.

권좌에 있는 자는 민중생존권보다는 자신의 탄탄한 장기집권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붓고 있으며, 건대항쟁을 「분순분자」, 「빨갱이」의 난동극으로 매도하던 그모습 그대로, 약간 나아지기는 했으나, 제도권언론은 여전히 진실을 은폐한채 정권측과 교묘히 손잡고 지배 이데올로기 유포에 애쓰고 있고.... 금강산댐에 의한 수공위협 운운하며 모든 국민을 가두 캠페인에 동원하고 범국민적 모금운동까지 벌이던 5공의 행태와 현재 「범죄와의 전쟁」을 앞세워 자신들이 행한 반인권적, 폭력적 모습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는 6공의 모습. 별반 달라진 느낌이 없다.

아니 다시 계속 되풀이되고 교묘해지고 있다는 갑갑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반종파, 반제·반미, 대중투쟁」의 승리를 확신하연 그들. 4년전그날 최후의 순간, 죽음이 바로 코앞에 왔다고 느끼는 그 절망의 순간까지도, 자기에게 쏟아져 내리는 최루탄 섞인 물줄기를 맞으며 승리의 무지개를 바라보았던 그들이 더욱 생각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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