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다시 돌아가겠다』
『그러려면 다시 돌아가겠다』
  • 이대학보
  • 승인 199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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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통일이 될 것 같다.

TV·신문에서 연일 남·북의 총리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의 환한 모습이 보도되고, 축구선수들은 제 3국 아닌 한반도에서 6천만 겨레가 지켜보는 가운제 그란운드를 누빈다.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0일만에 평양에 도착했던 임수경의 북한행이 불과 1년 전의일인데 비자없이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게다가 20일엔,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의 족쇄를 차고 수인이 되었던 문익환 목사가 형집행정지로 삭방됐다.

이제 당장에라고 한가위 달밝은 밤의 통일독일의 감격이 우리에게도 덥석 주어질 것만 같다.

그날, 전세계로 울려 퍼지던 통일 독일의 웅장한 국가로 분단된 우리들의 마음은 콘크리트벽처럼 무거웠고 그들이 부러워슬프던 우리였다.

이제 우리는 그토록 기다려왔던 통일 위에 선 것이가. 그러나 아니다.

일곱번 아니다.

평양에서 열린 2차 총리회담에서는, 1차때와는달리 서로의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유연성이 외면적으로는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입장차이는 여전했도 통일축구 역시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뒤끝이 좋지 않다.

최근의 나북대화와 관련해 애써 긍정적인 암시로 받아들여 보려했던 문목사의 석방에 대해서도 당국은 『북한에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방북인사의 석방주장등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며 일촉한다.

더구나 『문목사의 신병이 완치되는등 형지행정지 사유가 종료되면 재수감할 수도 있다』는 협박(?)적인 발표에서는 예상했던 막막함이 덮치듯 우리를 마중한다.

남북간의 실질적대화는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만이 아니다.

문목사의 석방이 고령이라 병환으로 인한 인도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진 것일때 서울에서 열리게 될 「3차회담」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통일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접근방식은 남북한의 다양한 교류다.

그러나 남북간의 실질적인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방북인사 등 양심수 전원의 석방과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그 선결 조건이 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대화자세일 것이다.

석방하면서, 병치료만 하라고 거듭 충고하는 당국의 말에 『그러려면 다시 전주교도소로 돌아가겠다』던 문목사의 담담한 말이 통일도정의 성숙에 또하나 자양분으로 쌓여감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