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같은 고추, 제값받고 파니까 기분 억수로 좋심니더』라며 환하게 웃는 안동군 농민회 회원 탁호균씨. 이화광장에서 열릭 있는 고추판매장에서 만난 그는 고추처럼 매운 사투리로 말문을 연다.

『학생들이 부모님께 말을 잘 해줬나부제. 2일만에 8천 4백근이나 팔렸으니. 직판은 우리 안동 농민회로선 처음 하는 일이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괜한 것이었심니더』라며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높은 호응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번 직판은 농민회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고추를 모았는데 모두들 「서울에서 직접 팔 고추」라며 최상품만을 고르려고 정성을 다했다.

탁씨는 지난 88년 고추파동때 큰 타격을 받고 재배작물을 담배·상치·고추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었지만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고추에 애착이 더욱 많이 간다고. 그런 작물이 제대접(?)받고 팔리는걸 보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고 웃는다.

『우루과이 라운드, 우루과이 라운드하고 걱정하는거는 우리 농민뿐인줄 알았는데 여기 와보이 학상들도 학교 곳곳에 많이 써놓았더구마. 우리와 같이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기 느껴져가 억수로 기뻤심니더』라며 어리게만 봤던 학생들이 이제는 든든하기까지 하단다.

밭이 산비탈에 있어 일은 평지보다 두배로 많지만 수확략은 턱도 없이 적다는 탁씨는 『요즘도 빚때문에 야반도주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아임니꺼. 1년 농사해서 지난해 진 빚 이지만 다 갚아도 그 해 농사 성공했다고 할 정도이. 뼈빠지게 일해, 수확해서 빚갚고 하다보면 다시 빈털털이인기라예』라며 오늘날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털어 놓는다.

또한 그는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만 보더라도 정부의 태도가 자국민 보호대책 마련보다 「못살겠다」는 농민에게 최루탄만 쏴대는 것이라며 자주성 없는 정책을 꼬집는다.

『그래도 내사 마 끄떡없심니더. 내가 생각하는 농촌은 우리가 땅을 일구면 그만큼 사람 대접 받고 우리농민 모두가 농촌의 참된 주인이 되는 그런깁니더. 그걸 할라카면 힘이라 안들겠나마는 꼭 우리대에 이루었으면 싶은기라예』라며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굳은 결의를 밝힌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손님을 맞기위해 바삐 자리를 뜨는 그의 모습에서 삶의 터전을 꿋꿋이 지키려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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