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얘들아! 흐흐흑. 하느님도 너무하시지.몇달만 있으면 월세살이도 면하는데…』 세차게 몰아치는 빗줄기 속에서 송준아씨(23세)가 흙더미와 함께 발견된 가족들의 주검을 보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외치던 절규이다.

이것은 지난 11일 달동네 가옥 12채를 삽시간에 삼켜버린 인천 송림5동 103번지 매몰사고에서의 한 장면이다.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는 집 뒤편 축대옹벽이 무너져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비가 올때마다 사고위험을 느껴 관할구청 등에 수차례 대책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되었다고 한다.

장마철이 되면 해마다 우린 늘 크고 작은 물난리를 겪어왔다.

그때마다 정부도 적절한 수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곤 했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로 5공화국은 「한각 종합개발」을 86년에 완공했고 6공화국은도시의 하수·배수시설을 확충했다.

그런데고 비가 조금만 많이오면 수천·수만의 이재민이 나오고 한강이 범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5·6공화국 모두 진정한 수해대책이아니라 「눈가리고 아웅」식의 공사화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의 폭우에도 금새 탄로가 날수밖에 없는것이다.

경기도 고양군 일산둑 붕괴사고만도 그렇다.

도·군 행정 기관 모두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60년동안 낡은 둑을 보수·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해둔 것이다.

게다가 사고 직후에도 행정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즉각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니… 송림동 매몰사고와 일산둑 붕괴사고 모두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산업사회가 도래한 오늘날 인간의 힘으로 예방하지 못할 재난은 드물다.

더우기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정부가 미리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노동자·농민들이 제권리 찾는 싸움에는 최루탄·구사대를 쏟아부으며 인적·물적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서울평화상」을 제정하여 몇 억씩이나 국외에 뿌려가며 국제적 위신을 세우려는 정부. 그러나 국민의 생존이 걸린 수해대책에는 1원도 아까워하는 정부. 이것이 우리 정부의 모습이다.

또한 물난리가 닥친 후에야 사발면 몇개를 갖고 인자한(?) 미소로 이재민에게 위로의 악수를 청하는 분이 우리 통령나으리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우리국민은 가족과 재산을 어이없이 잃고 대통령의 악수에 황공해하는 어수룩한 백성이 아님을 정권은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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