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미군이 이 땅에 진주한지 46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광복을 맞은 지도 올해로 꼭 46년이 된다.

광복을 맞은 순진한(?) 기쁨에 온 국민이 들떠 있을 때 청와대에는 일장기가 내려지고 성조기가 펄럭이게 되었다.

미제가 침략한 세우러과 일제로부터 해방된 세월이 꼭같은 숫자로 매겨지는데서 우리는 심한 모순을 느낀다.

「해방」과 「침략」의 역사가 「46」이라는 숫자속에 동시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해방을 맞기도 전에 이미 새로운 식민지로 전락해버린 우리 땅. 남은 반쪽에서 많은 이산가족이 주름진 손, 근심가득한 얼굴로 「북에 계신 부모형제를 찾습니다.

고향은 평북 초산군…」종이를 들고 있어야 하는 우리네 땅이 되어버렸다.

민주주의의 선봉(?) 미국은 우리땅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미명아래 둘로 가르더니 이젠 우리더러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 한다.

얼마전 새 경제지배전략인 우르과이라운드로 농민을 분노케하더니, 한술 더떠 페르시아만에 주둔한 미군 군사비까지 원조하라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지역 지배전략에 우리도 동참하라 종용하고 있다.

미국은 46년간 우리에게 그들의 힘을 과시해왔다.

그들이 우리에게 권력자로서 행해온 만행은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다.

80년 광주에서의 미국을 우리는 잊을 수 없으며 또 택시비 내라는 요구에 칼을 운전사의 목에 들이대는 미군의 횡포를 잊을 수 없다.

미군기지에서 일어나는 범행, 강간, 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경제·정치적 압력에 이르기까지 매우 전면적으로 권력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얼마전 신문지상에 용산동 미8군기지 내에서 미군전용 아리랑 택시 운전사 한명이 미 헌병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조그맣게 실렸다.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이 사건에서 우리는 그들의 군림자적 속성을 엿볼 수 있다.

주차위반을 했다는 이유로 운전사를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등에 올라타 구타한 뒤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 한국인이 재수없이 억울하게 당한 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의 등과 허리에 가혹하게 내리쳐졌던 그들의 주먹을 한 미군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도 없다.

그 뒤에는 엄청난 그들의 물리력과 우월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미행정협정」이라는 불평등한 법의 보호아래 미군이 당당하게 이땅을 짓누른지 46년. 이 기간은 분노로 얼룩진 오욕의 세월이었다.

밟혀도 아뭇 소리 못하는 가녀린 꽃보다, 밟힐수록 끈질기게 재생하여, 파괴자를 찌르고 얽어버리는 엉겅퀴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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