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로 동사무소, 각 시·도청은 물론 나라 안팎이 떠들썩 했던 그즈음. 나라안 또 한구석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군입대로 어수선했던 기억이 있다.

방위로 간다던 모가수가 「입영열차 안에서」라는 노래극 히트쳤던 것도. 평소 존경해오던 선배 한분도 그날 군에 입대를 했다.

갑작스런 영장에 당혹해하던 선배에게 주위사람들은 우스갯소리 반삼아 『분단의 비극이지뭐, 용케 살아오너라』했고, 『남들 다 갔다 오는 곳인데』하며 쓴웃음 짓던 선배는 3년이라는 긴 세월 속으로 그렇게 떠나갔다.

7.7 선언, 7.20제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등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선언들이 8.15광복 45돌 경축기념식을 장식했던 그날, 판문점은 굳게 닫혀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는 커녕 앙쪽 추진본부 사람들의 만남마저 이루어지지 못했고, 15일 당일 남북이 함꼐 참가하는 판문점 본대회도 결국 무산된채「겨레의 하나됨」을 염원한 범민족대회는 갈라진 국토처럼 또다시 반쪽으로 끝이났다.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상봉하는 것도, 백두산 금강산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혹시나」했던 기대와 희망은「역시나」물거품으로 돌아왔고, 남북한 사이에는 대결과 갈등과 불신의 골만 더욱 깊게 패일 뿐이었다.

이제와서 서롱게 책임전가를 해대는 양쪽 당국자들이 더욱 꼴불견인 까닭은,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 다름아닌 통일소원을 가장한 남북의 반통일 집권세력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악법과 제도였다는 범민족대회의 교훈이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 통일의 최대관건이 「군비축소와 감군」을 통한 긴장완화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무력감축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려 남한정부는 부분적인 미군철수를 맛뵈기한 이유로 한국군의 군비증감을 명분삼아 무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남북한 군사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조짐이다.

허긴, 그다리 어렵지 않아 보이는 남북교류도 안되는 마당에, 또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니 핵무기철거라면 금방이리도 부겡서 쳐내려올듯이 왕왕대는 형편에, 군비축소가 남북의 합의아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환상」일런지고 모르겠다.

군사대립 격화의 불똥이 제일 먼저 떨어지는 곳은 말할 나위 없이 한반도의 꽃다운 청년들일테다.

한창 나이에 해야 할 많은 일들과 꿈과 야망을 뒤로 하고「논산훈련소 땅바닥에 얼굴묻고 흐느낄」, 그야말로 「분단의 비극」말이다.

전대협에서 조국통일운동의 한고리로 현역 3년에서 2년으로 복무기간 단축투쟁을 선언했다는 「설」이 무언의 지지속에 들불처럼 번져가는 현상은 그냥 웃고 넘길 일만도 아닐듯한 예감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