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콰과과과광』 천지를 뒤흔들듯한 굉음과 함께 불꽃을 튀기면서 들어선 시꺼먼 페퍼포그가 다연발 최루탄을 내뿜는다.

이어 숨구멍을 막아버릴 듯 가슴을 파고드는 희뿌연 연기속을 총알처럼 질주하는 백골단. 그리고는 시위자를 잡아끌어낸 연행, 구타…. 위와같은 장면은 소위「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땅에서「민주」를 외치는 집회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정권과 가진자들에게 유용한 「질서유지」와「공공복리」를 위해 자유권적 기본적인 「집회·결사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힌지 오래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것으로도 성이 안차는지, 시위진압을 명목으로 사복경찰들이 학내까지 헤집고 들어와 건물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는 등 학교의 기물과 재산을 파괴하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겁을 주겠다고 M-16 권총도 서슴지 않고 집어들어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을 초월한 작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숭실대를 비롯한 항공대, 서울산업대, 외국어대 시위진압에서 나타난 이들의 파괴적인 행각은 「집단폭력」에 다름아니며 병력을 수시로 투입함으로써 학원을 침탈하고 유린했던 유신 독재 시설을 방불케 한다.

한편 이들의 폭력은 학원에서만 난무하는 것이 아니다.

민자당의 공권력은 더욱 광범위해져 학원뿐만 아니라 공장은 물론 언론사, 교회에 이르기까지 군화발자욱을 남기지않는 곳이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떠들어 대는 현 정권은 뒤에서 그야말로 「총체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들어 경찰이 사용한 최루탄 양이 이미 작년 한해 동안의 최루탄 사용량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민자당의 폭력성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한열군 사망이후 최근까지 빈번한 직격탄 발사로 실명자·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한 공격적인 강경진압이 많은 사람들을 피흘리게 하고 때로는 생명까지 앗아감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한 강제진압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울산현대중공업파업 진압 책임자에게는 「진압 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무더기 표창을 했다니 이또한 기막힌 노릇이다.

현 정권은 인권에 도전하는 폭력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

나라의 최고 법이라 일컫어지는 헌법의 근본적인 의미조차 이해할 능력이 없는 정권에게 무엇을 맡길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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