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주년 대동제 둘째날. 이화 광장에서 이색적인 혼례식이 거행되었다.

「통일혼례」그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혼례식에는 많은 구경꾼이 몰렸다.

남의 결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결혼이 「일륜지대사」인 탓도 있겠지만 낯선 형식에 대한 호기심도 컸을 것이다.

왜 하필 평범한 결혼식이 아닌 「통일혼례」라 칭하는지. 의식이 진행되는 중에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남·녀가 때가되면 혼례를 올리듯이 46년간 갈라져온 남·북이 통일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오늘 혼례를 하는 신랑 신부는 둘의 결합으로 통일 조국 건설에 더 큰힘을 쏟을 것입니다.

』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하기 까지는 쉽지 않은 행로가 놓여있다.

일단 두사람이 만나기위해 어떤 매개(또는 산파자)가 있어야 한다.

첫눈에 반할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만나는 중에 서로의 성격이나 생각을 이해하며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생리적·사회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녀의 결합이 이러할 진대 남과 북이 통일되기 위해서 서로의 노력이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일단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

46년의 세월은 이미 오랜 기간이다.

지금은 문화도 다르고 생각도 많이 달라져 있다.

그렇기에 서로 만나야 함은 더욱 시급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자연스레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정부의 통일논의」만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에는 한·소가 역사적인 수교를 내다보며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권이 이 회담을 통일 논의의 창구단일화를 합리화 하여 북방정책의 성공을 생색내고 올가을 UN에 남한만이 안정적으로 데뷔(?)하는제 이용하려 할것이다.

30억 달러를 미끼로 던지고 말이다.

분단의 원인이 우리가 주체적으로 나라를 지키지 못한 것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남의 손에 의한 강제적인 별거를 청산하는 일은 미국이나 소련이 아닌 우리손으로 해야할 것이다.

창구단일화가 아닌 전면개방으로, 자유왕래로 남·북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독일·예멘이 통일되어 우리는 전세계에 분단국가라는 딱지를 유일하게 달고있다.

남들 다하는 결혼 안하는 것도 흠이 된다고들 한다.

이제부터라도 남·북한의 민중들이 연애(?)를 시작하자. 그리하여 지연스레 남북이 혼례를 치르는 것이다.

그때는 더이상 통일혼례가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것이다.

『응애 응애』이날 신방을 차린 통일장승이 첫날밤 통일동이를 낳았다.

이름하여 「조국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한 학생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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