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짬밥」은 많이 먹을 수는 있어도 배부르게 먹을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쌀에 끈기가 없다는 뜻일게다.

그런데 요즘은 그 「짬밥」조차도 많이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농민들이 농수산물 군납을 일체 중단한 때문이다.

군대에 농수산물을 조달하는 농민들은 올해 농산물단가를 작년보다 20% 높여 책정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농민들의 이러한 요구는 다소 과다한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90년 들어와 한달 사이에 물가가 1.9%나 뛴 적도 있다.

반면에 납품단가는 82년 이래로 8년동안 동결되었고 오히려 떨어진 품목도 있다.

김장용 무우와 배추는 82년 1kg당 1백5원이던 것이 89년에는 1백원으로 책정되는 식이다.

아무리 땅파며 살아온 농민들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흙파먹고 살아야 할 판이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단순히 군납제도 자체의 책임이 아니다.

군납제도는 각 군부대가 개별적으로 식량을 조달하던 것을 69년부터 농협을 통해 전체적으로 통제하면서 정착되었다.

이는 농민으로부터 직접 조달이 가능해 유통구조의 간편화로 농어민 소득향상과 군대급식 개선에 기여해 왔다.

따라서 시중가격의 오름 내림과 관계없이 단가가 결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츰 농민과 농협 사이의 중개인들에 의해 유통구조가 왜곡되어 농민쪽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더우기 국방부의 군납정책변화가 크게 작용해 문제를 심화시켰다.

즉, 국방부는 지난 88년 급식의 현대화계획을 발표하고 농협에 의한 단일 조달에서 벗어나 민간가공기업을 포함하는 경쟁체제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기업체들과 경쟁해야할 상황에 봉착했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체들이 가공완제품재료로 싼 외국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히 농민들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농민도 우리 농민이요, 군인도 우리 군인이다.

그러나 정부는 농수산물의 수입개방을 요구하는 미국과, 그것들을 사들이고 가공하여 온 국민, 나아가서는 군일들에게까지 먹이려하는 사기업체편에 서 있다.

농민들은 더이상 자제할 수 없다.

외제농산물이 판을 치고 온 국민이 그 맛에 휘감겨 민족혼을 빼앗긴다 해도 한반도의 땅을 파먹는 농민들은 결코 자식같은 무가 썩어가는 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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