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가 이 땅 위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역사를 열기 시작한 이래 올해로 104주년을 맞는다.

여성교육이 전무하던 어두운 시대, 이화는 기독교정신에 근거하여 이 땅에 최초로 여성교육의 뿌리를 내렸고, 고아와 다름없는 19세기의 가난한 소녀들을, 20세기를 활짝 열어젖힌 여성 선각자로 길러냈다.

이러한 것이 계속해서 민족의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질곡과 모순을 깨고 「민족이, 역사가, 인류가」요청하는 여성 지도자 배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빛나는 과거의 역사만을 강조하고 매달려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확대·해석된 여성 선각자들의 업적이 우리 역사속에 나타난 많은 과오들을 은폐하고 미화·왜곡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화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이화의 100여년의 역사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그 속에 나타났던 올바른 이화의 정신과 전통의 흔적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처럼 몇몇 선각자들의 업적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에 함께 동참하면서 이화를 거쳐간 수 많은 흔적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속속들이 밝혀지는 지난 날의 뼈아픈 과오와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칼날같은 비판과 반성을 해야 할 것이며 이화내에 아직까지도 전해오는 몰역사적, 파행적인 낡은 전통들을 이화 내에 더이상 발디디지 못하게 해야한다.

이러한 것이 104주년을 맞는 우리가 21세기를 향하여 줄달음치는 이 시점에서 올바른 전통으로 남겨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화는 몇몇 여성 선각자 배출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시대모순에 과감한 실천을 보여주는 만오천명의 「실천하는 이화인」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5공 회귀현상이 대학신문에도 빚어지고 있다.

5공 초기에나 있었던 「사전검열」이 이젠 버젓이 논의되고 재실현될 단계에 놓여있다.

정권은 지난해 「학생편집국장에게 그 사법적 조치의 책임을 묻는다」는 5.6 조치로 20여명의 학생기자와 필자를 구속했다.

이러한 정권의 대학언론 직접 탄압이 사회에서 큰 비난을 사자 이번에는 정권이 우회적 탄압전술을 구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지난 4월 27·28일에 걸쳐 진행된 「전국대학신문 주간교수협의회」에서 문교부는 「대학신문에 실린 이념성 기사에 대해 평점을 매기고 이에 사법기관과 협조해 총장·주간교수 경고, 집필자 구속」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러한 문교부조치로 인해 주간교수의 검열은 강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권 구미에 맞지 않을 기사는 뭉텅뭉텅 잘려나가게 될 것이다.

지금 현재 그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0일부터 농성에 들어간 고대신문의 경우가 그 대표적 예이다.

문제의 직접적 발단은 5월 5일자에 실린 사설 「KBS, 현대중공업 폭력탐압을 규탄한다」에서 부터다.

즉, 고대신문 주간교수는 사설에 「KBS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내용을 삽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생기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주간교수는 일방적으로 발행중단조치를 내려 현재까지 고대신문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고려대뿐 아니라 타학교에서도 비슷한 유형으로 빚어지고 있으며, 이후에는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민족민주운동세력의 확장에 친미보수대연합이란 형태로, 무조건적인 탄압으로 맞서던 정권이 이젠 공공연한 「언론탄압」마저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교묘히 대학사회를 구성하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서로 적대시하게끔 하는 비열한 방법까지 동원하며 대학언론 뿐 아니라 대학사회마저 분열되게 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바른 움직임을 아는 대학인들은 정권의 교묘한 술책에 동요하지 않을 것이며, 한치 물러섬없이 민중언론·대항언론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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