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교수(언론정보학 전공)

아직 스케치 기사를 모두 평가하지 못했다. '방송뉴스제작' 수강 학생들의 과제물이다. 학생들이 제작한 뉴스제작물이 36개나 되다 보니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보는데도 4~5시간이 걸린다. '학기 초에 정원 초과 학생들을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들이 기사 하나 하나에 투입하는 시간과 정열을 생각하면 학생들을 더 받은 것인 잘한 일이라는 쪽으로 마음을 고치게 된다.

사실 평가보다 더 큰 장애요소는 촬영 장비와 편집 시설의 부족이다. 이번 학기에는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려 몇몇 학생은 심야까지 편집을 하다가 다 만든 완성품을 날리기도 한 모양이다. 이렇게 애기하면 우리 학교 실습 시설이 다른 학교에 뒤지기 대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화대학의 방송 시설은 우리나라에서는 손꼽을 정도로 우수하다. 언론정보학과 가운데 실습과목을 30명씩 제한해서 개설해 주는 학교도 한국 대학 가운데는 찾기 어렵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머지않아 6mm 카메라와 편집 장비도 수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보강될 예정이다.

장비가 갖춰지면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가. 역시 핵심과제는 적정한 수강 인원을 유지하는 일이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언론정보학과 실습과목을 15명 정도에서 제한한다. 그 수가 미국의 방송계와 학계가 설립한 인증위원회(ACEJMC)에서 권장하는 수강규모이기 때문이다. ACEJMC는 15명이 넘으면 수준있는 실습교육은 어렵다고 판단해 인증에 불이익을 준다.

지난 4월 싱가폴과 홍콩의 두 대학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두 곳 모두 학생 규모는 우리 학부와 비슷했다. 그러나 교수 숫자는 양쪽 모두 40명에 가까워, 우리의 세 배쯤이나 됐다. 실습과목의 학생 수도 미국 만큼은 아니라도 우리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대학의 교원 한 명당 학생 수는 47명이 넘는다는 내용이 있다.

대학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다가갈 날은 언제나 올까. 올 가을 실시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평가로 대학가가 긴장하고 있다. 언론정보학은 중점 평가 영역이라 준비할 일이 더 많다. 기왕 하는 평가면 우리끼리 우수대학을 가릴 것이 아니라 세계적 기준을 척도로 삼아 교육 여건을 크게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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