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동아리 '이다' 회장 구향모(사회·2)

고등학교 3학년 때를 기억하는가? ‘수능’이라는 제도에 억눌려 유리를 통해 교실 밖의 풍경을 봐야 했던 시절, 해 뜨기 전 학교에 들어가고 해 지면 학교에서 나왔던 그 때, 답답함을 풀기 위해 대학가면 할 일을 친구들과 주욱 적어놓았다. 운동·여행·책읽기·드럼배우기 등 하고 싶었던 일을 적으면서 대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그 시기를 참아냈다.

그런데 지금 과연 나는 얼마나 그 일들을 이뤘는가? 대학가면 꼭 다시 하리라 마음먹었던 검도도 안한지 일년이 다 돼간다. 학교 공부에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많이 읽지 못했다. 드럼 배우는 것은 시작 해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한 것이라고는 여행 뿐이다. 빠르게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서 내가 찾은 것은 학교 공부도, 교회 활동도 아닌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만의 작은 우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우주를 체험한 것이다.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난 내 인생에 있어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그 때 무엇을 했는가?’라고 자문했을 때 똑같은 일을 목적 없이 반복한 것만 기억에 남는다면, 그 때는 잃어버린 시간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만이 경험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원래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은 자신의 세계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일만 벌여놓고 수습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좋다.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되지 않겠는가.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경우를 다 따져본 후 잡으려고 하면 이미 버스는 지나간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겁부터 내고 걱정부터 하는 것은 경험을 하더라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 경험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우선돼야 한다. 나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부딪쳐 나간다면 분명히 인생에서 귀한 시간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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